작은 유진의 할머니가 말한 '깨진그릇'이란 말이 자꾸 귓가에 맴돕니다.

 

같은 유치원을 나왔지만, 큰 유진은 작은 유진이를 기억하는데, 작은 유진이를 큰 유진이를

기억하지 못 합니다. 자기 스스로 자신을 지키지 못 했을 어린 나이에 받은 상처를 어떻게'

치료했느냐에 따라 나타난 결과이지요.

 

유치원 원장에게 성적 폭력을 당한 아이에게 큰 유진의 부모는 괜찮다며, 너의 잘못이 아니라며, 아이를 보듬어 줍니다.

하지만, 작은 유진의 부모님은 그 상처를 꺼내지도 못 하게 하지요. 그래서 상처는 치료받지 못 한채 봉인되고 맙니다.

 

그렇게 자라서 중2에 한 반에서 만난 아이들.. 큰 유진과의 만남으로 자신의 상처를 발견한

작은 유진이.. 모범생으로 살았지만, 내면에 수많은 질문들을 던지면서 지나온 시간들과 자신의 상처가 너무 커서 세찬 날개짓을 합니다. 춤과 담배가 자신이 이 상황에서 숨 쉴 수 있는

처방이라고 생각하지요.

 

상처가 가끔 비 오는 날 어르신들이 쑤시는 허리처럼 가끔씩 큰 유진의 마음을 훑고 지나가지만 특유의 긍정으로 잘 지내던 큰 유진에게도 상처가 있습니다. 주변의 시선이지요.

 

유치원을 함께 다니고, 초등학교도 함께 다녔던 유진이가 좋아하던 건우와 다시 연락이 되고, 이성친구로 만나던 어느 날, 그 유치원 사건때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줬던 지금은 어느 청소년상담센터 소장을 하고 있는 건우 엄마가 '그런 애'들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둘의 교제를 반대하지요..

 

아이들과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이 가장 마음에 들어하지 않은 인물이 건우엄마였습니다. ^^::

아마도 모순적인 그 모습이 아이들 표현대로 '이중인격자'처럼 보였겠지요.

 

책을 보면서 울었다는 친구의 이야기에

누군가의 상처에 함께 아파하는 아이가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줬지요.

'이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다.'라구요.. 그러니 이 아이들은 '깨진 그릇'도 아니고, '불쌍한 아이'도 아니라고 말이에요.

 

작은 유진이 떠오르는 아침해 속에 보았던 이카루스의 날개짓처럼 이 아이들도 더 당당하게

날개짓을 하면서 날아갈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