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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요즘입니다. 얼어붙었던 경기에 갑자기 추워진 날씨까지 보태어져 주말이 되어도 꼼짝할 수 없게 만드네요. 저희 사무실에 침투한 감기바이러스의 습격으로 한 주 내내 몽롱한 시간을 보내다가 주말 약속을 모두 취소하고 집에서 휴식과 안정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방구석에서 멍때릴 수도 없고. tv만 보거나 전화기만 붙들고 있을 수는 더더욱 없기에 집에서 혼자 요것저것 꼼지락 꼼지락 거리고 있습니다. ㅎㅎㅎ

디지털카메라가 나오면서, 사진 찍고 편집하는게 너무 쉬워졌습니다. 한 장면을 기념하기 위해 세네장의 사진을 찍고, 가장 맘에 드는 사진을 한장 골라 전시하고 기념합니다. 예전에는 한컷 한컷이 모두 필름값이 들어가고, 현상비가 들어가기에 좀 더 신중하게 셔터를 눌렀던 것 같은데 말이죠.
그렇게 한장을 기념하기 위해 어쩌면 더 자연스러웠던 세네번의 순간을 잃어 버립니다. 가장 잘 나온 한장을 남겨두고 나머지는 기억조차 남지 않게 됩니다. 눈을 감아서, 포커싱이 맞지 않아서, 콧구멍이 크게 나와서, 입을 벌리고 있던 순간이라, 다리가 짧게 나와서, 사진 포즈 취하기 직전의 상태에서 장난스럽게 찍힌, 찍히기 싫었던 장면이라, 우연히 눌린 셔터에 의해 남겨진, 나도 모르는 새에 찍힌 애매한 포즈... 모두 편집되고 기념되지 못했던 순간들을 찾아보자구요. 흔들리는 사진 속에서도 어떤 장면이었는지, 왜 이런 표정이 찍혔는지 다 보입니다.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려 놓지 않더라도 그저 다음다음다음을 누르며 지나쳤던 사진 속 순간들을 다시 한번 들여다 보는 것만으로도 싸늘한 11월의 하루를 조금은 따뜻하게 데워 줍니다.
내가 만족스럽지 않지만, 절대 내가 아니라고 부인할 수 없는 순간들, 그래서 어쩌면 가장 나다웠던 순간들을 찾고 싶습니다. 휴지통으로 휴지통으로 휴지통으로 버려졌던 사진들을 되살려보자구요. 잊혀졌던 기억에 감정이 더해져 새로운 추억을 만듭니다. 예전의 필름 카메라였으면 되살리고 싶어도 되살릴 방법이 없었던 추억들이 되살아납니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 피식피식 웃게 됩니다. 디지털에 의해 편집되었던 순간들이 디지털에 의해 부활 하는 순간입니다.

이제 연말도 되고 했으니, 올 한해 정리하는 마음으로다가 이번 주말에는 다들 따라해 보시는거예요!! 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