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과 답답한 생활에 우린 탈피를 꿈꿈다. 그러나 냉혹한 현실은 그대로 안주하게 만든다. 그런때 나를 힘들게 하는 현실을 바꿀 수 있는 타임머신이나 대신 일을 처리하는 누군가를 상상해 본다. 램프의 요정 지니처럼 소원은 들어주지 않아도 작은 변화를 일으킬 무엇인가를 간절히 원하는 것이다. 지니가 나타난다면 우리는 정말 생각했던 것만큼 행복해질 수 있을까?

 

파리5구의 여인은 꼬일대로 꼬여버린 자신의 생활에서 도피하고자 파리를 찾은 주인공 해리가 유쾌하지 않은 파리의 생활에서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는 아니지만 자신을 위해주는 지니같은 신비스러운 한여인을 만나면서 자신을 힘들게 한 이들이 하나둘 목숨을 잃어가는 판타지적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해리가 만난 묘령의 여인 마지트의 등장으로 마음속으로 생각만 했던 복수가 실현된다. 해리는 그들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지만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마지트의 질문에 아니라는 명확한 확신을 내놓지 못한다. 그역시 사람이기에 내심 싫지만도 않았을 것이다. 자신을 불편하게 했던 누군가에 대한 복수심은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그 복수에 대한 기준과 도덕적 잣대는 어디에 맞추어야 할까? 나를 위기에 몰아 넣었다는 이유로 그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정당한 일일까? 나 또한 누군가에게 복수심을 일으킬만한 일을 했는지도 모르는 일인데 말이다. 그래서 복수에 대한 통쾌함 보다는 의문들이 가득하다.

마음속에 있는것들을 마지트에게 풀어 놓음으로써 해리는 벗어날 수 없는 계약에 동의하게 되었다. 그 댓가는 자신의 시간을 마지트에게 일부 할애해야 하며 영원히 그녀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바라던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그저 행복할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일에는 반드시 결과가 있다는 것을 잊은채 편협한 시각에 갇혀 그에대한 댓가를 치를때에야 후회한다. 해리 역시 후회하지만 너무 늦어 버린 상황에 결국 현실을 받아 들이지만 과연 그는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을까? 지니같은 마지트 때문에 인생이 조금 나아질지는 모르지만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족쇄같은 존재를 늘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좋지만은 않을 것이다.

 

한번쯤은 생각해봤음직한 요소들을 판타지와 접목시켜 일상을 돌아보게 만든 파리5구의 여인은 책을 덮은 후에도 많은 생각할 거리들을 남긴다. 한번쯤 가져보았던 부당한 대우에 대한 복수. 복수에 대한 생각을 실행에 옮기는 이는 적지만 그 생각만으로도 스스로에게 위안을 주는지 모른다. 해리처럼 그 댓가를 크게 치뤄야 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 위안으로 힘을 얻어 살아가고 있는 것을 아닐까? 마지트 같은 지니를 기다리기 보다 나는 소심한 복수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위안을 얻는 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