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본능과 욕망을 가진 존재이다. 내가 원하던 원치 않던 이 본능과 욕망은 자신이 나올때를 알면 개의치 않고 자신의 힘을 발휘한다. 채워지지 않은 무언가의 갈망이 끊임없이 요구되는 것이다. 우리는 도덕과 윤리라는 잣대를 이용해 본능과 욕망을 때론 숨기기도 한다. 이것을 숨기는 것만이 능사인것일까? 조금 내보인다면 욕보이는 행동이 되는 것일까? 은교는 우리가 감추고자 했던, 숨기고자 했던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과 본능을 수면위로 끌어올리며 묻는다. 너는 아떻게 생각하느냐고.

문학의 대부라 불려지는이적요 시인, 그 시인을 존경하며 성심껏 모시는 제자 서지우. 잔잔한 물에 돌을 던지면 금세 퍼지는 파문처럼 문제 없던 사제지간은 은교의 등장으로 파문이 인다. 열일곱 은교를 향한 이적요의 젊음의 대한 갈망과 갖지 못하는 사랑의 갈망은 서지우의 질투심을 부르고, 스승을 걱정하던 제자는 어느새 스승의 영역을 침범하는 엄청난 죄를 저지른다.

은교를 덮으면 세가지 의문점이 든다. 과연 이적요는 서지우를 정말 사랑했던 걸까, 이적요는 서지우를 정말 죽였을까, 이적요와 서지우 사이의 은교의 존재는 무엇이었을까. 서로가 서로에 대한 갈망으로 미묘해져 버린 감정의 골은 인간의 저 밑에 숨겨져 있는 본능을 서서히 보여준다.

이적요의 사랑은 자신이 젊은날 갖지 못한 청춘을 향한 사랑일 것이다. 은교를 통해 그녀의 싱그러운 젊음의 대한 갈망이 사랑으로 내보여지게 된것이다. 정말 사랑이었지을지 모른다. 그 사랑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표현되었든지 아무도 이적요를 비난 할 수 없다. 젊음이 삶의 보상이 아니듯이 늙음또한 벌이 아니라는 이적요의 말처럼 젊음과 늙음사이에서의 사랑의 감정을 누가 욕할 수 있겠는가. 이적요의 나이와 은교의 나이때문에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라 하지만 인간의 본능과 욕구는 어찌 막을 수 있느냔 말이다.

본능과 욕구는 서지우를 죽음으로 몰았다. 이적요의 은교에 대한 갈망이, 서지우의 스승을 뛰어넘고자 하는 갈망이 죽음으로 결과물을 내보였다. 은교의 등장으로 그들의 욕구적 갈등은 폭팔하기에 이르른것이다. 서지우의 살인자는 누구라 단정할 수 없다. 인간에 내재된 본능과 욕망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은교는 이적요와 서지우 사이에서 욕망에대한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만든다. 서지우의 지극한 스승에 대한 사랑은 어느새 스승의 작품을 훔쳐서라도 인정받고자 하는 비뚤어진 욕망으로 변해가고, 재능이 출중하진 않지만 제자에 대한 이적요의 애틋함은 분노로 변해 목숨마저 빼앗고자 한다. 은교가 나타나지만 않았더라면 그들은 우리내가 숨기고 감추며 살듯이 그럴듯하게 평범한 모습으로 지냈을지 모른다.

은교는 이적요와 서지우 사의의 한명의 피해자일지도 모른다. 스승과 제자사이에 자신이 들어갈 틈이 없었다는 책에서의 독백처럼 그녀 또한 인정받고 싶었지만 그녀의 입장에서 틈을 비집고 들어갈 수 없었던 것이다.

비뚤어진 욕망은 비극을 초래했다. 서로에게 오해를 풀었다면 자신의 욕망에 조금 솔직했다면 목숨을 잃고 스스로의 목숨이 다하기를 기다리는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까?

은교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정답은 없다. 자신의 기준과 가치관에 따라 이들을 판단하는 것은 제각각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