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으로 절벽의 난간을 들이받고 대형 사고를 일으킨 주인공은 중상을 입고 화상병동에 입원하게 된다. 그는 뱀의 환상에 시달리거나 나름대로 화려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괴로워하는 나날을 보낸다.
끊임없이 분노하고 좌절하거나 자살을 꿈꾸는 등 삶에 대한 희망과 의욕을 읽어버린 사람이 되어간다.
그러던 중 정신병동에서 온 이상한 여자를 만나고 그녀와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과거의 사랑 이야기, 다른 커플들의 사랑 이야기...

지금까지 이와 비슷한 소재의 영화나 소설 등은 충분할 정도로 많이 있었다. 그 중에는 ‘가고일’보다 훨씬 품격 있고 훌륭한 작품들도 있다.
하지만 ‘가고일’ 본래의 줄거리뿐만 아니라 갈릴레오의 단테 강의, 포르노 업계의 성공담 같은 소소한 이야깃거리도 읽는 이를 즐겁게 한다.

‘명료하고도 순수한 생각이 든다. 아, 엿됐다... 이거 열나게 아프겠군.’같은 재기발랄한 문장들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자동차 사고와 화상을 묘사한 부분 등은 너무 정교하고 재치 넘쳐서 오히려 흥미진진할 정도였다.

게다가 의문의 여인 마리안네, 그녀는 단순한 정신분열증 환자일까? 아니면 정말로 700살의 연인일까?

비록 ‘가고일’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러나 음모와 서스펜스가 가득한 추리물은 아니지만 시종일관 작가의 글 솜씨를 음미하면서 느긋하게 그리고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