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방문한 덕수궁은 공사중이었다. 예전 소실되고 일제에 의해 사라진 역사를 복원하는 공사중 이였다. 복원작업 부근에 모르는 얼굴들의 오래된 현대식 사진이 걸려있었다. 조선의 마지막 황족들 사진, 고종의 사진 등 그것을 보고 호기심이 발동하였다. 파주 북소리  행사장에서 이 책을 본순간 그냥 두고 올 수 없어 구매하고 말았다. 고종의 고명 딸로 태어나 비운의 삶을 살다 끝끝내 조국의 땅을 밟고 세상을 떠난 황녀의 이야기.

궁녀인 복녕당 양귀인 사이에 태어나 세심한 사랑을 받으며 자랐지만, 서녀였다는 이유로 왕족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다 여섯살에 황적에 입적하게 된다. 일본에 의해 강제로 폐위된 고종은 순종에게 이미 왕의 자리를 물려주었고 그렇기에 더욱 지켜주고 싶은 딸이 아니었을까?

한일병합 이후, 일본은 황족을 일본인화 하는 작업을 하였고 '공부'라는 명분으로 황족은 볼모가 되어야했다.

이 책에선 사건의 전개에 여러 인물이 나오고 그들의 인연을 통해 그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허복순 열세살 나이에 옹주의 도움으로 새삶을 살아가며 끝까지 그녀를 위해 희생한 여자. 박무영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옹주의 배필이 될뻔했으나 이루지 못하고 끝까지 그림자처럼 살아간 남자. 기수, 갑수 형제들의 전혀 다른 두 인생길, 나라를 잃어 힘없는 국가에 사는 가녀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프게 담겨있다.

덕혜옹주는 일본에서 황족들과 학교들 다니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고 결국 조발성치매(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았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쓰미마섬 도주 후예, 대마도 번주 다케유키와 결혼을 하게 되고 구국청년단의 구출작전도 실패하고 만다.

다케유키와의 결혼에서 정혜(마사)라는 딸을 얻지만, 전쟁에 폐한 일본에서 이방인으로 살던 딸은 엄마인 덕혜를 거부한다. 그녀의 병은 날로 심해지고 결국 극단적인 사건으로 치닫게되어 돌아갈 수 없는 조선을, 고종을, 양귀인을 그리는 잊혀진 황녀로 버려진채 살아간다.

이승만 정권에 왕족의 귀환은 거부되고 박정희 정권에 조선의 마지막 왕녀는 김을한과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돌아오게 된다.

	나는 낙선재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전하, 비전하 보고싶습니다. 대한민국 우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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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녀로 태어나 황녀의 삶을 살지 못하고 망국의 설움을 온몸으로 견뎌낸 여자이야기, 그리던 나라에서 선생님이 되어 나라에 쓰일 인재를 키우고 싶었던 그녀는 버림받은채 역사속에서 외면 당했다.

역사속 소용돌이에 가장 고귀한 신분으로 태어나 가장 낮은 삶을 살고 간 그녀는 '조국에 있던 순간에도 조국이 그리웠다'라고 그녀의 애절한 마음이 아리게 느껴진다.

 

덕혜옹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