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소설 <서울, 1964년 겨울 外> 김승옥, 하서, 2009

 

김승옥은 <무진기행>으로 지금도 사랑받는 작가다. <서울, 1964년 겨울>로 등단한 지 5년 만에 10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그의 나이 겨우 25살 때였다. 물론 지금도 김애란과 같은 전도유망한 젊은 작가들이 있지만, 우연히 읽게 된 이 작품을 통해서 젊은 작가 김승옥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당시 동인문학상 심사위원들(황순원, 여석기, 안수길, 선우휘, 김성한)은 이 연소 작가를 극찬했다.

 

‘우리 말의 음영을 잘 살리고, 빛나는 기지와 조심스럽고 능란한 화술을 적절히 구사하여 우리 문장이 가질 수 있는 유연하고 휘연한 분위기의 산문체를 이룩하면서 그 문체 속에 우리나라의 현실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악을 고발하고 일반적으로 현대의 부조리를 파헤쳐 승화된 차원의 정신세계로의 지표를 암시하고 있다. 무릇 문학이 예술인 이상 내용과 형식에 치중하게 되는 작가들이 범하기 쉬운 폐단이 있는데, 김씨는 이 약점을 극복하고 있다.’

 

문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극히 미미한 독서량으로 심사평의 깊은 뜻을 알 수는 없지만, 이 짧은 소설을 통해서 1964년의 서울을 느낄 수 있었다. 이야기는 카바이트 불이 커진 어느 선술집, 지금의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시작된다. 작가의 나이가 같은 나와 도수 높은 안경을 쓴 안 씨 그리고 정체불명의 서른대여섯 살짜리 사내. 이야기 속의 서울과 지금 내가 숨 쉬고 있는 서울은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카바이트가 배터리로 바뀌어 밤거리가 좀 더 밝아졌고, 삼십 원하던 택시비가 삼천 원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인간은 변하지 않았다. 아직도 포장마차에 가면 직장을 구하지 못한 청년이 있고,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하는 대학원생이 있고, 죽음의 꼬리를 잡으려는 사람이 있다.

 

생활 수준은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지만, 아직도 서울은 겨울이다. 외적인 것은 무수히 변했지만, 심사위원들이 말한, 사회악을 고발하고 현대의 부조리를 파헤쳐 승화된 정신세계의 지표는 어디에도 없는 것 같다.

 

끝 2011.10.06

이준입니다, 김승옥, 무진기생, 1964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