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형외과 출입금지 구역] 신지영, 사계절,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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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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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가면서 고향은 어머니 품처럼 따스한 공간으로 기억된다. 내가 고향을 떠날 때는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답답하고 숨막이는 그런 곳이었다. 그래서 난 고향을 탈출했다. 이 책을 고향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어머니 품 같은 곳. 나는 그 곳이 지금 너무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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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로 이사 온 시골소녀 진솔이는 고향이 너무 그리워 그 곳으로 다녀온다. 그러나 고향은 진솔이가 살던 따스한 공간이 아니다. 을싸스럽고 낯선 공간이 되어 버렸다. 고향집 마당에서 울고 있는 진솔이를 보면서 내 고향을 생각해본다. 서울살이를 시작한지 20년. 3대가 모여 살았던 고향 집. 모두 떠나고, 부모님은 자신들보다 더 늙은 집을 지키고 계시다. 빈 방들은 먼지만 날리고, 두 분은 방 한 칸 부엌 한 칸 차지하고 계신다. 진솔이 같은 딸을 둔 아버지인데, 내가 진솔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가상공간을 위한 변명

어머니 품과 같이 다스한 고향을 떠난 다는 것은 그 곳에 더 이상 살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이유를 잘 알지 못한다. 진솔이네처럼 몇 년간 농사를 실패해서 어쩔 수 없이 떠난 것은 어른들이 알고 있는 정답이다. 하지만 초등학생인 진솔이가 받아드리기에는 높은 벽을 넘는 것과 같다. 넓은 마당이 있는 고향집 대신 먼 친척이 운영하는 병원 3층 방 한 칸은 너무 가혹하다. 그래서 진솔이는 인터넷 속 가상공간에 집착하게 된다. 고향을 떠나 낯선 환경에서 느끼는 소외감을 진솔이는 가상공간 아바타에게 마음을 주고 위안을 얻는다. 이러한 가상공간마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 곳은 진솔이가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어른들은 가상공간에서 펼쳐지는 모든 것들을 중독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비교육적이며 불필요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런 식의 가상공간에 대한 부정적 견해는 여러 곳에서 들을 수 있다. 그것을 틀렸다고 말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가상공간은 사회적 약자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자신만의 세계이며, 외로움이 없는 아늑한 공간이라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공간의 역설

정형외과의 사전적 의미는 근육이나 뼈대 등에서 발생하는 기능장애를 수술하거나 치료하는 곳이다. 한마디로 정형외과는 회복의 공간이다. 그러나 진솔이가 느끼는 정형외과는 단절의 공간이다. 작은 방에서 온 식구들이 같이 사는 것도, 병원식당에 밥 먹는 것도, 공동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도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곳에 산다는 것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할 수 없는 비밀이다. 나만의 비밀이 친구들과의 소통을 가로막는 것이 된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인간관계에서부터 시작된다. 어른들은 업무공간에서 벗어나 술집, 커피숍 등에서 사람들과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서로의 벽을 허문다. 이러한 친밀한 인간관계는 낮선 환경에 쉽게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초등학생은 갈 곳이 없다. 학교와 집, 이렇게 두 공간만이 허용 될 뿐이다.

하지만 정형외과는 할머니와 힘들게 살아가는 형석이, 아빠를 그리워하는 소미와 연결시켜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아픔의 공간에서 회복의 공간으로 변화는 곳이 정형외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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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성장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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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자신이 아이들을 성장시키고 만들어가 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혼자서 성장한다. 옷을 사주고, 먹을 것을 줄 수는 있지만, 그 자그마한 마음이 어떻게 커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누구가 좋고 싫은지, 가족들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진숙이의 일기장을 통해서 자신을 위로하고, 진솔이는 언니의 일기를 통해서 위로받는다. 동생이 자신의 일기장을 몰래 읽는다는 것을 알게 된 언니는 일기장을 모두 태워버린다. 일기장과 함께 낮선 환경에 대한 거부감과 두 자매의 소소한 갈등을 태워버림으로써 두 자매는 스스로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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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았던 고향과 내가 만드는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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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졸업 앨범은, 내가 살았던 내 고향 집에 있다. 즐거웠던 기억, 생채기 같은 아픔 모두 그 곳에 있다. 그리고 이렇게 책을 읽으며, 영화를 보며, 고향 친구를 만나면 나는 언제든지 그곳으로 갈수 있다. 내가 살았던 고향이고, 내 기억 속에 살아있는 고향이기 때문이다.

이제 초등학교 다니는 우리 아이들은 지금 열심히 고향을 만들고 있다. 웃고 떠들며 행복한 기억도 만들고 친구와 싸우며 생채기도 만들고 있다. 내 부모가 했듯이 나도 아이들에게 고향을 만들어 주어야겠다. 더 행복하게 해주고, 생채기가 덧나지 않도록 정성들여 어루만져 주어야겠다. 아이들이 커서 고향 생각나면 눈물이 핑도는 그런 진한 추억을 만들도록 도와주어야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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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