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 서평 [귀신과 트라우마] 윤혜신, 지식의 날개, 2010

 

귀신은 트라우마이다.

 

여고괴담은 있는데, 왜 남고괴담은 없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영화에서 남자 귀신은 인기가 없기 때문이다. 남자는 주로 가해자로 나오는 조폭이나 전쟁 영화에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여자는 주로 피해자로 등장한다. 영화에서 나오는 귀신들도 대부분 가해자이기 이전에 피해자들이다.

 

여고괴담처럼 영화에서 나오는 귀신은 으스스한 목소리와 긴 머리를 가진 젊은 여성이다. 이 책의 저자는 임진왜란과 같은 전란 이후 집단적 트라우마의 대표적 형태로 젊은 여자 귀신 나타났다고 한다. 유교적 가부장제와 같은 제도적 문제와 전란과 같은 외부문제 탓에 피해자가 된 젊은 여성이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 속 귀신들은 충분한 애도(哀悼)를 통해서 남아있는 자들에게 사랑과 화합을 이루어주고 떠난다. 이 부분만을 본다면 귀신은 트라우마이다. 마음의 상처가 귀신을 만들고, 충분한 애도 즉 상담을 통해서 치유된다.

 

하지만 귀신은 기독교의 악마, 전통사상의 혼백(魂魄), 일본의 요괴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귀신이 가지고 있는 무작위성 즉 어떤 형태로도 변할 수 있는 것은 하얀 소복은 입은 여자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물이나 동물의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일본만화 속의 요괴(妖怪)처럼 문화 컨덴츠로 변한 것처럼 귀신이야기는 끝이 없다. 따라서 이 책의 제목을 [소복녀(素服女)와 트라우마]로 바꾸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상.2011.08.24

이준입니다귀신, 트라우마, 소복녀, 요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