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킹 애드립] 신상훈, 차림, 2011

·

인생(人生)은 애드립이다

·

사람들은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각본이 없는 것은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인생은 애드립이다. 애드립(ad lib)은 라틴어 [ad libitum]에서 나왔다고 한다. 사전적 의미로, 연기자나 연주자가 무대에서 각본이나 악보에 없는 대사나 음을 즉흥적으로 말하거나 연주하는 것이다. 이러한 애드립은 방송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살면서, 매 순간 애드립을 보고, 하게 된다. 이왕 하는 것 잘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좋지 않을까?

·

얼마 전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작가는 신문기자이며 대학교에서 강의도 하시는 분이셨다. 그는 서너 장 되어 보이는 원고를 미리 준비해 왔다. 처음 마이크를 잡고 원고를 덮었다. 청중들의 구성이 너무 다양해서, 대학교 첫 강의보다도 더 긴장이 된다며, 원고 없이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시작했다. 참석자들의 질문시간에는 더 다양한 이야기들이 튀어나왔다. 그의 직업을 보아서도 알 수 있지만, 그가 가진 삶의 경험과 지식 때문에 막힘없이 행사가 진행되었다고 생각했다.

·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생각은 조금 바뀌었다. 그는 중간 중간에 청중들에게, 지금 이 이야기가 왜 나왔죠? 물으며, 잠시지만 멍하니 생각하는 것이, 도저히 신문사 기자의 철두철미함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거기에서 애드립을 찾았다. 이 책의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남의 나를 던짐으로서 웃음을 만들고 그러면서 청중들의 시선을 잡아두기 위한 묘한 긴장감을 만들었다. 신문사 기자며 대학 외래교수가 뭐가 아쉬워서 애드립을 했을까?

·

우리 삶에는 준비된 조크보다는 애드립이 더 중요하는 것을 보여준 강연이였다고 생각된다. 우리 인생은 각본을 준비할 수 없는 것이다. 힘든 일이 생겼을 때, 나를 잠시 던져 버리자. 그리고 마음을 열고 웃으며, 우리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그 한마디를 찾아보자.

 

끝

2011.07.14

 

 

 

애드립, 코메디, 인생, 개그맨,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