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팻(Fat), 돈 쿨릭 외(外), 소동, 2011

1. 엮은이 대해서

돈 쿨릭

뉴욕대학교 인류학과 교수로, 영어와 스웨덴어로 학문적이고 대중적인 많은 책과 논문을　쓰고 편집했다. 저서로 [언어와 성], [언어 변환과 문화 재생산 : 파푸아 뉴기니 마을의 사회화, 혼합주의, 자아], [트라베스띠 : 브라질 트렌스젠더 창녀의 성, 젠더, 문화] 등이 있다.

2. 인류학자가 본 지방의 본질

늘어나는 뱃살을 보면서,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요즘 바빠서 그렇지, 운동하면 바로 뺄 수 있을 거야. 이렇게 위안을 해왔다. 하지만 그 살들은 내 삶에 박혀 들어와 빠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각종 매스컴에서 떠들어대는 비만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에게 비수처럼 꽂히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문화 인류학자들이 쓴 책이니, 위안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대학 시절, 문화인류학 강의를 수강한 경험을 살려 과감하게 펼쳐 들었다.

팻(Fat)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지방· 살· 비만 등. 이 책은 ‘뚱뚱하다’의 정의로부터 시작한다. 우리 윗세대만 해도 뚱뚱한 것은 부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현대인들은 왜 뚱뚱한 것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건강· 뷰티· 피트니스 산업이 발전하면서, 마른 몸을 미덕으로 광고하는 덕분이라고 한다. 이 책은 다양한 관점에서 펫(Fat)을 이야기하고 있다.

 

1장 이상적인 몸매, 아프리카 니제르 지역의 미(美)의 관점을 이야기한다. 그들은 뚱뚱한 것을 미의 기준으로 삼는다. 이것은 힘든 일을 노예에게 시킨 역사와 함께, 조숙한 육체를 이용해서 종족을 보존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물론, 그들도 서구화되면서, 조금씩 변화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비쩍 마른 몸매가, 인간의 보편적이고 이상적인 조건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2장 섹시하고 순수한 기름, 토스카나 올리브유를 고찰하고 있다. 트랜스 지방이 문제가 되면서, 올리브유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인류학적 관점보다는 다분히 토스카나 관광안내서 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의 식탁에서 올리브유를 보기 어렵기에, 우리와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들린다. 한국 인류학자들도 우리 참기름· 콩기름· 들기름 연구하면 어떨까?

3장 흰 살, 페루의 민속학자 후안 안토니오 만야가 1969년 채록한, [피스타고 괴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인디오의 몸속의 지방만을 뽑아 팔아먹는 백인이야기다. 서구인들에게는 괴담이 아니라 미담 일수도 있다. 돈을 들여 지방흡입 수술하지 않아도 되기에. 하지만 굶주려 지방도 얼마 없는 사람들은 지방을 빼앗기면 얼마 못살다가 죽어버린다. 정말 뒷통치를 치는 이야기이다. 물론 이 이야기는 서구인들의 착취와 인종차별에 대한 은유적 표현으로 볼 수 있지만, 그 사실적 묘사는 등골을 써늘하게 한다. 또한 실제 스페인 정복자들은 적(인디오)의 시체에서 채취한 지방으로 아군의 상처를 치료했다고 한다. 그것은 당시 지중해에서는 널리 인정받던 의료행위라는 것이다. 누가 더 야만적인가를 떠나서, 인류학자들이 말하는 펫(Fat)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정확하게 꼬집는 것 같다.

4장 멋진 뚱보 편에서는 뚱보 포르노를 이야기한다. 유독 미국에서만 인기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프로이트식으로 풀이하면, 그것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욕망을 일으킨다고 볼 수 있다.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이며 페미니스트인 뤼스 이리가레는, 뚱보 포르노를 통해서, 음식이 남근의 지위를 빼앗았다고 주장했다.

6장 천상의 몸 편에서는 종교적 관점으로 설명하고 있다. 포르투갈의 성녀 알렉산드리나는 단식으로 생전에 성인의 지위에 오른 인물이다. 인류학자 주앙 드 피나카브랄은 이런 여인은 ‘비식가’라고 했다. 처음에는 교황청에서는 이러한 비식가를 성인으로 인정하지 않았으며, 비식가를 숭배하는 종파를 억제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알렉산드리나는 죽기 전 13년간을 성찬식에서 사용된 빵만 먹고 단식함으로써, 1983년 공식적으로 그녀를 신성화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비식가의 신성성은 성교와 음식을 감각적이고 죄스럽다고 여기는 기독교의 전통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현세에서 펫(지방)을 거부하면 영혼이 살찐다는 계시적 해석의 포장을 벗겨보면, 살이 없이 살아 있는 여성의 신체는 신성하다는 인식이 바닥에 깔려 있다.

7장 살에 관한 담화. 어떤 조사에 의하면, 한 세대전의 평균 몸매의 여성과 매체에 나오는 여성과의 몸무게 차이가 8%였으나, 지금은 무려 23%로 그 격차가 커졌다고 한다. 이러한 격차는 여성들에게 섭식장애나 신체 왜곡 장애 같은 정신병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러한 왜곡현상을 스웨덴의 10대 소녀의 시각으로 고찰 했다. 스웨덴 여학생의 경우, 살이 없는 사람만이 상징자본, 즉 살에 관한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쉽게 말해서, 진짜 살진 사람은 상징적인 살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단순한 담론을 넘어서서, 살진 소녀들은 그녀들의 세계에서 고립되고 제외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여기에서의 담론은 10대들의 단순한 수다가 아니다. 조직에서 고립시키고, 따돌리는 것은 인격살인이다. 그러고 보면, 여성 대다수가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인격을 살해당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 외 힙합 이야기, 브라질의 성형 열풍, 이탈리아의 라르도 (돼지 비계 요리), 커피이야기, 지방이 일으키는 신체 이상, 하와이의 스팸(돼지고기 통조림), 살찐 게이 포르노, 비만 인권 운동가 등을 소재로 펫에 대한 다양한 고찰이 이루어져 있다. 그들이 말하는 결론은 단순하다.

미국인들은 지방과 설탕을 더 많이 소비하지만, 동시에 죄책감을 덜 느끼기 위해 저지방 식품을 사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그 두 식품’을 다 먹는다. 258쪽

미국· 스웨덴· 캐나다의 인류학자들은 아프리카 오지에서부터 미국 도시 한복판의 커피판매점에서 펫의 인류학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류학은 인간의 문화를 설명하는 학문이다. 서구인들이 가진 군사력이나 경제력은 우리가 보다 빨리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류학 같은 이러한 기초 학문 분야의 벽을 뛰어 남을 수 있을까? 우리는 좁은 땅덩어리에서 갇혀, 동굴 속 그림자만 보고 있는 것 같다.

 

끝.

2011.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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