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시론] 오세영 외, 서정시학, 2010

 

시(詩)라고 하면, 윤동주의 서시(序詩)를 떠올린다. 아름다운 단어들의 집합체. 하지만 시는 계속 발전되어왔다. 도무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는 어려운 시들이 종종 벽처럼 우리를 가로막기도 한다. 학창시절에 배운 시들은 박제가 되었다. 지금 살아 숨 쉬는 시인들이 현실을 꼬집어가며 아품을 토로하는 것을 우리는 외면하고, 서시(序詩)만을 시다운 시라고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24명의 시(詩)학자들이 각자 자신의 견해를 바탕으로 현대 시를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서 통일성을 찿는다는 것은 문학을 파괴하는 것이기에, 시학자의 눈을 빌려 현대 시를 이해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 시인들은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한 사람들이다. 습작하며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인 이유이다.

 

제1부 시의 원리 편 중에서

시적 성찰로서의 고백 (장끝별 글) - 일부

 

시의 본질은 시인의 내적 경험의 순간적 통일성에서 출발한다. 시의 화자가 주로 일인칭인 이유이며, 저 깊은 내면을 드러내는 고백 형식을 띠는 이유이다. 고백은 자신의 결핍과 부재로부터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을 구성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서 자유로워지고 해방되어 타자와 소통은 시인이 꿈꾸는 고백의 윤리이다. 자신의 밑바닥 시간 혹은 치부의 시간을 드러냄의 고통과 정직한 시선과 미적인 언어형식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고백의 역설이 존재한다.

고백하는 자는 고백을 통해서 결핍과 부재 그 너머 질서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하는 것이다. 신인(新人)은 치부와 상처, 부재와 상실의 한가운데서 그로 인한 부끄러움을 고백함으로써 시적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이고 시인으로서의 존재론적 자각에 눈을 뜨는 것이다. 타자화된 시선을 거쳐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시선 속에서 고백은 부끄러움을 동반한다. 부끄러운 자신을 고백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자신의 삶의 균형을 회복하고 하는 것이다.

 

시와 서정 (이승원 글) - 일부

 

최영철의 시(詩) 아버지와 아들

 

윌슨병 앓는 오십 대 아버지가 윌슨병 앓는 아들의 부탁을 받고

아들을 목 졸라 죽였다

 

아버지는 결투를 제의한 아들의 검을 받아들고

먼저 아들의 목을 치고

이어 자신의 목을 쳤다

 

너는 살고

나는 죽고

 

이것으로 이번 생에서 우리는

비겼다

 

서정은 우리의 삶을 되돌아 보게 한다. 우리 마음에 파고들어 파문을 일으키면서 삶에 대한 반성을 체감케 하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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