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 그림자] 황정은, 민음사, 2010

 

1. 저자에 대해서

 

1976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200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마더]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소설집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가 있다.

 

2. 그림자 속에 덮여 가는 세상 속의 사랑이야기

 

이것을 연애 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아님, 사회고발 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특이한 문체의 특이한 소설이다.

어쩌면 단순함에서 오는 무미건조함이 지금 현실의 벽에 기대어 서 있는 현대인의 감성일 수도 있다. 그러한 단순함과 무미건조함은 그림자에서 시작된다. 그림자는 나에게서 분리되어 있다. 탈출하고픈 엄연한 현실을 극복하는 또 다른 자아 일수도 있고, 나를 데리고 가려고 하는 저승사자 일 수도 있다. 그래서 소설은 온통 검은 눈빛이 번득이는 회색으로 물들어 있는 것 같다.

재개발 예정인 전자상가는 우중충한 회색빛이다. 그 속에서 몇십년을 살아온 사람들도 그 회색빛에 물들어 가고 있다. 회색빛이 모두 물들어 버리면 그림자 속에 묻혀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오무사 할아버지는 삼십년 넘게 한 평도 안되는 가계에서 수 많은 전구들을 팔아왔다. 재개발이 되면서 그림자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 수많은 전구들은 주인을 읽어버리고, 불빛 한번 피워 보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다, 어두움 그림자 속으로 ...

주인공 은교가 일하는 곳은 오디오 수리점이다. 삼십년을 넘게 오디오를 수리하며 살아왔지만, 이젠 자기가 수리한 빈티지 오디오보다도 못한 신세가 되어 버렸다. 오무사가 문을 닫으면서 수리 못하는 오디오가 생기고, 사무실을 이전할 수도 없는 현실의 벽 앞에 서있다.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은교에게 관심이 많은 무재는 트랜스를 수리하는 공방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무죄이다. 대학에 들어갔지만, 빚이 빚을 만드는 현실에 내동댕이 쳐저 공방 점원으로 일하고 있다.

온통 짙은 회색빛으로 드리워지는 전자상가에서 은교와 무제는 사랑을 시작한다. 고물차를 빌려 섬으로 놀러 간 날 그들은 어둠 속에 버려지게 된다. 잘못 들어선 길에, 자동차는 고장나 버리고, 마지막 배는 떠나 버린다. 희망은 사라져 버렸다. 온통 그림자 속에 묻혀 버렸다. 지은이는 작가의 말에서 ‘밤길에 간 두 사람이 누군가 만나기를 소망한다.’라고 간절이 기원하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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