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들의 존재는 우리 같은 피 끓는 남성들에게는 언제나 골칫덩어리이다. 우리를 너무나 황홀하게 만들어서 더 이상 논리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 해 버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성들에게 홀딱 빠져 있을 때 남성들은 여성들을 더 이상 같은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 그리고 여기에 크나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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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인터넷에서 훈훈한 기사를 읽었다. 그 기사에는 밤에 길가다 치한에게 성폭행을 당할뻔한 여성을 구한 용기 있는 강모씨의 인터뷰가 실려 있었다. 그는 당연히 할 일을 한 것이라며 "싸움을 잘하든 못하든 그 상황에서 남자라면 누구나 우리처럼 행동했을 것 아니냐"고 말하며 쑥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약자를 배려하는 기사도 정신. 그것은 남성이자 한 인간으로서 기꺼이 준수해야 할 타인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 싶다. 암튼 이렇게 남자의 체면을 살려 주는 기사를 보면 왠지 훈훈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길가던 여성을 덮치려 했던 것 또한 남성임을 간과할 수 없다. 물론 좋은 남자들이 훨씬 많지만, 나쁜 행위에 대한 일종의 경각심 차원에서인지 사회적으로 남성을 위험한 동물 취급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요즘엔 남자가 밤길을 다니는 것이 무서운 세상이다. 괜히 으슥한 골목을 걷다 괴한 취급을 당하면 기분이 나쁘고 상처를 입는 여린 마음을 가진 남자들도 많기 때문이다. 남자라서 그런가보다 하고 받아들이기에는 죄책감이 들기도 하고 뭔가 찜찜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남자들은 신체적으로 편한 면도 있지만 남자로서 참아야 하는 무거운 의무들을 져야 하는 경우가 많다. 신체적으로 약한 여성을 보호해주어야 하면서 가족 부양과 경제적인 비용을 책임지고 걸어 다니는 지갑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군역의 의무를 지고 남자니까 당연히 그래야 한다며 헌신을 강요하고 위계서열에 따른 사회질서에 가족의 생계를 위해 드러워도 참아야 한다. 또 시시콜콜 따지며 감정을 드러낸다면 남성성을 위협받게 되는 취약한 면도 있다. 이 책에서도 그렇듯이 대부분 남자들의 경험에서 남성 정체성을 위협받는 건 두려움을 유발한다. 대부분 계집애처럼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는데, 계집애처럼 보이면 집단의 성원으로 받아들여지기 힘든 낙오자로 취급받기 때문이다. 계집애 같다는 표현은 여성을 남성에 비해 열등하게 보는 의도도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요즘에 와서야 여성스러운 남성이 부드러움으로 인기를 얻고 중성적 트렌드가 유행하고 있다지만 아직도 남성다움에 대한 고정관념은 그 틀에 맞추어야 할 것 같은 의무를 느끼게 한다.

남자들은 처음 만나면 속내를 터놓지 않고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나누며 쉽게 친해지기보다 서로를 탐색하고 거리를 두는데 상대가 자신보다 강해 보이는지 약해 보이는지 본능적으로 탐색하는 것이다. 악수하는 습관도 원시시대부터 무기가 없는지를 드러내는 풍습이었다고 하니 강함에 대한 추구는 본능적인 측면이 있는 듯하다. 여성들은 이야기를 통해 금세 친해지고 하는 경우가 많다지만 남자들은 술자리에서 경험을 함께 나누면서 친해진다. 남자는 과묵해야 한다는 속설에서 벗어나 실제로 만나면 남자끼리 수다도 많다. 주로 공통 관심사인 스포츠, 군대, 여자, 취미에 대한 얘기가 주를 이루지만 우정이 깊어지면 속내도 드러내 보이면서 든든한 우정을 쌓으며 삶과 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진정으로 믿는 사이가 아닌 이상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남자답지 못하고 나약하게 보이기 때문에 속내를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이 지니는 가치가 드러난다. 이 책은 다양한 남성들의 생각을 글을 통하여 인간으로서 소통을 시도하며 그동안 수면으로 올라오지 않았던 남자들의 삶에 한걸음 다가가게 해준다. 블랙유머에서부터 동성에게 성추행 당했었던 말 못할 고백, 남성다움에 대한 고찰, 남학교 여교사의 입장에서 본 남자의 세계, 경제 등 사회문제에 대한 생각을 담은 일러스트, 남성 모델링과 동일시, 동티모르에서의 구출작전, 위엄 있게 사는 법 등 26편의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결국 남자도 이해받고 싶은 한 인간이라는 점에서 공감을 주는 글들이 많다. 인간적인 소통을 통해 서로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다면 기꺼이 의무를 다하려 더욱 노력하고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행복을 나눌 수 있게 될 것이다.

	갱단은 서로 뭉쳐 있다는 특성 때문에 서로서로가 나쁜 짓을 하도록 부추기기 마련이었다. 갱단 안에서는 누가 은행 털자고 할 때 싫다고 안가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계집애 같다고 무시를 당하게 되어 있었다. 서로를 부추겨서 결국은 그 일을 하게 만드는 게 갱단의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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