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초 박물학자 조르주 퀴비에는 말년에 프랑스의 과학기술 부문을 관리·감독할 만큼 명망있는 과학자였다. 그는 줄곧 창조론을 설파했고 진화론자를 이단으로 몰아세웠다. 그에게는 덜 유명한 동생, 프레데릭 퀴비에가 있었다. 동생도 박물학자였지만 성격은 물론 진화론에 대한 입장에서도 형과 딴판이었다. 프레데릭은 다윈의 이론을 지지했으며 형보다 대담한 학문적 사유를 펼쳤다. 유사한 학문의 길을 밟았던 퀴비에 형제는 왜 진화론에 대한 생각이 엇갈렸을까.

저자는 출생 순서에 그 해답이 있다고 말한다. 첫째와 후순위 출생자(동생들)는 가족내 역학 속에서 상반된 성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첫째는 보수적·권위적으로 길러지며 관습과 통념에 충실하게 성장하는 반면 후순위 출생자는 급진적·반항적으로 자라고 관습에 도전하는 기질을 취득한다. 용감한 탐험가, 우상 파괴자, 역사의 이단자 등이 대부분 후순위 출생자인 것도 그 까닭이다. 외동 자녀는 첫째의 범주에 든다.

과학사에서 목격되는 혁신적 사건들을 통해 그런 사실이 증명된다. 첫째들이 주도한 사건이 생기론, 배종설, 우생학 같은 보수적 이론인 데 반해 후순위 출생자들은 혁명적이고 논쟁적인 사건을 주도했다. 진화론, 양자역학, 골상학은 후순위 출생자들이 지지하고 키웠다. 코페르니쿠스, 다윈, 뉴턴 등 많은 혁명적 사유를 전개한 과학자는 십중팔구 후순위 출생자들이었다.

저자는 첫째와 동생들의 차이가 잉태되는 가정을 전장으로 보았다. 부모가 제공하는 한정된 자원, 특히 사랑을 놓고 형제 사이에 투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 경쟁과정에서 첫째는 상속과 보호 같은 기득권을 누린다. 또 우세한 힘과 체격으로 동생들을 압도한다. 첫째들은 권위와 권력에 더 의지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반면 동생들은 첫째에 맞대응하는 전략을 개발해 나간다. 저자는 자연선택설을 접목해 형제의 경쟁과정을 설명한다. 형제간의 다툼은 한 마디로 ‘진화의 군비경쟁’이다.

마틴 루터가 불을 댕긴 종교개혁의 열렬한 지지자들도 후순위 출생자였다. 종교개혁은 오랫동안 집단주의 규범의 지배를 받아온 사회에서 개인주의의 가치를 장려했다. 집단주의가 권위에 의존하고 전통적인 역할을 강조했다면 개인주의는 기회균등과 개인의 자유를 중요시하는 문화이다. 따라서 종교개혁은 애시당초 후순위 출생자들의 소망이 투영된 것인 셈이다. 어떤 역사학자가 신교와 구교의 충돌을 일컬어 “싸움은 가족 내에서 벌어졌다”고 말한 것에 그래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후순위 출생자들은 정치적으로도 자유주의와 평등주의를 신봉했다.

동생이 맏이보다 반항적이고 혁신적 마인드를 지닌다는 주장은 지나친 단순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과학적 방법으로 검증을 거쳐 결론을 이끌어냈다. 서양사에 등장하는 수만건의 전기적 기록에서 50만개 이상의 자료를 취합했고 연구 대상만도 6000명에 이른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감히 ‘가설’이라고 부른다. 과학사에서 신·구 이론이 대립하게 되는 논쟁적 장면에서 첫째와 후순위 출생자의 이론 지지 유형 분석은 가설의 엄밀함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다. 가령 코페르니쿠스 혁명 초창기에 지동설을 지지한 후순위 출생자들의 수가 첫째보다 5.4배 많았다든지, ‘종의 기원’이 출간된 1859년 이전 시기에 진화론을 지지한 학자 가운데 후순위 출생자 비율이 9.7대 1로 높았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주장은 확률에 가까울 뿐 법칙은 아니다. 맏이인 갈릴레오, 아인슈타인 같은 예외도 발견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저자는 자신의 가설이 역사 속 인물의 난해한 행적과 동기, 가족관계를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고 말한다. 넷째인 볼테르가 왜 그렇게 형을 싫어했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말한 볼테르 전기 작가의 의문은 저자의 가설로 쉽게 풀릴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