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때 향수의 부제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라고 씌어 있는것을 보고 처음 읽게 되었다.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 주인공의 이름이 길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것을 보면 
이 책이 나에게 준 전율은 상당했던 것 같다. 
몇년전에 향수가 개봉했을때 생각했었던 것보다 원작 소설보다 별로 였지만
이 스토리를 처음 접한 동생은 정말 특이하다며 감탄사를 연발했었다.

눈에 보이는듯이 묘사하는 파트리크 쥐스킨트 작가의 표현으로 
구역질나는 시궁창에서부터 화려한 매력적인 향기까지 상상의 향을 음미할 수 있었다.
마치 눈으로 향을 읽을 수 있는 기분이 들었다. 
지상 최고의 향수를 만들기 위한 순수성의 열망으로 인해 살인이라는 범죄를 저지르게 되지만 살인을 더이상 멈출수가 없었다.
영화에서 젊은 여자의 향기에 집착하는 그러한 측면이 육욕적인면을 담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는 인간의 본분을 넘어버리고 인간을 향수를 만들기 위한 재료로 쓰지만 
누구도 그에게 그것을 대체할 수단을 제공해 주지는 못했다.
결국 그의 천재적인 재능은 오히려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향을 알기위해 산속 동굴에 들어가서 절규하던 그의 외로움과 고독에 공감이 갔다.
그는 원망하지만 스스로를 벗어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남을 속일수는 있어도 자신을 속일수는 없었다.
지독히도 외로운 버려진 아이.. 그 놀라운 능력에 신의 질투가 반영되어 있는것 같았다.

그는 살인하며 향을 수집하는 행위에 중독되어 머리가 마비된 상태로 옳고 그르다를 따질 이성적 상태가 아니었던것 같다.
어쩌면 그에게는 이성이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그렇게 행동해야 했으니 그렇게 행동했던것일뿐.
그렇게 그루누이는 순수와 악의 경계를 넘나든다.
외톨이에 고립되었던 그는 천재적 재능을 승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고, 주위의 따뜻함을 느껴보지 못했다.
사람들은 그의 재능을 무시하거나 이용하려고만 했다.

그는 단지 향기에 집착하여 자신이 한 짓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지도 못한채 최고의 향을 만들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다.
만약 그가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았다면 그렇게 향기에 집착을 하여 살인을 했을까 생각해본다.
그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에다 후각의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어도 환경적인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본다.
그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 어머니, 보모, 무두장이, 목사, 향수장인등 그 누구도 그를 따뜻하게 대하지 않았다.
모두 그를 불길한 징조로 여겼다.  사회적 냉대가 그의 재능을 냉혹한 면으로 이끄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특히 이 책의 뒷부분의 반전은 전율이 일 정도로 쇼킹했다.
결국 그의 재능이 그를 살리는 듯했지만, 그를 죽이는 독이 되었던 것이다.
깔끔한 마무리와 한순간 집어삼키는 듯한 공허함이 떠돌면서 책을 한동안 내려놓지 못했다.
향수는 괴이한 집착과 그로테스크한 순수함이 뒤섞여 모호한 향을 만들어 내는 책이다.
참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책이지만, 단순히 재미를 이유로 권해주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