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출간 이후 지금까지 100쇄를 넘겨 찍은 일본 아동 문학의 베스트셀러 '혀 내미는 촘마'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라는 궁금증은 아이보다 제가 먼저 책을 읽어나가면서 아~역시 라는 감탄사로 바뀌네요.

모두 15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한편 한편이 수작으로 사이토 류스케의 팬이 되었네요.

 

 

책에 삽입된 판화그림도 책속내용을 참 잘 표현한 듯 강렬한 인상으로 남네요.

인간의 생과 사를 넘나드는 심각한 이야기들 속에 작가의 유머도 들어가 있고,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애정과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감동을 자아내네요.

 

'소메코와 오니'는 어린아이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읽어보니 생각할 수록 너무 웃겨 ㅋㅋ 웃음이 나네요.

아이 키우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오니도 알게 되었겠죠.

 

 소메코는 우리아들과 같은 나이 다섯살이다. 그런데 일하느라 바쁜 어른들 때문에

소메코는 언제나 심심하고 지루한 날을 보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날 무서운 얼굴의 한 아저씨가 소메코 앞에 나타납니다. 이 아저씨가 바로 오니

(오니는 일본의 상상의 괴물로 우리나라에서 도깨비로 많이 연상되는 괴물이네요)

아이들의 천진한 눈에 오니처럼 험상궂은 괴물은 보이지 않는듯 그저 자신과 놀아주는 것이 너무 좋은 소메코예요.

오니는 나쁜 마음으로 소메코를 납치하지만 결국 소메코의 쉬지않고 놀아달라는 극성에

" 살려줘. 빨리 소메코를 데리러 와줘. 소메코만 데리고 가 준다면 금 한 섬을 말에 실어서 보낼게" 라는 편지를 보냈네요.

 

숯 굽는 사부로지는 조금있으면 죽을 사내로 바짝 여위어 뼈가 살가죽을 걸치고 있을 정도였다.  

죽음의 신이 방구석에서 사부로지를 데리러 가려고 지켜보고 있네요.

죽음의 신은 죽기 전에 마누라와 딸을 만나게 해 준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을 셈이었어요.

그런데 그 무렵, 사부로지의 딸 캬야가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부지런히 산길을 걷고 있었어요.

죽음의 신이 사부로지를 데려가려고 하는 그순간 카야가 달려왔어요.

험한 길을 아버지를 만나려는 일념으로 달려온 카야는 아버지를 보자 엉엉 울음을 터뜨리네요.

카야를 데리고 엄마를 데리러 가는 사부로지는 강가의 다리위에서 술병을 힘껏 멀리 던져요.

그리고 죽음의 신도 술병과 같이 둥실둥실 가지카 강을 떠내려가네요.

사부로지를 죽음의 문턱에서 구해준 건 다름아닌 아버지를 불쌍히 여기고 달려와준 딸 카야덕분이었네요.

 

이 책의 제목인 '혀내미는 촘마'는 아직도 일본 치바 하나와 마을 가면 장난감으로 만나볼 수 있다고 하네요.

이 인형은 두 팔을 버리고 열십자 모양으로 서있는데 등에 고리를 잡아 당기면 눈썹이 여덟 팔자로 축 처지면서

혀를 날름 내미는데 그 모습이 너무 우스워서 누구든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고 하네요.

이 인형이 만들어진 배경을 들려주었던 이야기예요. 동상이 걸린 세 살 짜리 동생 우메를 돌보는

초마쓰는 아픈 동생을 돌보며 아픔을 잊게 하기 위해 눈썹을 여덟 팔 자로 척 내리면서 메롱하는 표정을 지었어요.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이었던 초마쓰는 아버지가 영주의 폭리를 고발하기 위해 가다가 붙잡혀

온 가족이 십자 기둥에 묵혀 죽임을 당하게 되어요.

겨우 세 살 밖에 안된 우메가 두려움에 떨고 있을때 초마쓰는 눈썹을 여덟 팔 자로 축 내리고

메롱하고 혀를 내밀었어요.

일본 사람들은 초마쓰가 죽어간 형장에 작은 신사를 세우고 그들이 죽은 날에 '혀 내미는 촘마'인형을 판다고 하네요.

 

 이 외에도 15편의 짧은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설인 '추운엄마'라는 작품도 수록되어 있네요.

모두 소외받고 서러움을 받으며 살았던 일본의 옛날 농민이나 나무꾼 등이 주인공들인데

내용이 삶의 무거운 주제인 생과 사를 다루고 있네요.

다소 어렵고 무거운 주제이지만 작가 특유의 유머가 곳곳에 숨어있고 삶의 희망을 주는 따듯한 이야기들이라

책을 읽는 내내 참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해주었던 거 같아요.

일본 아동 문학의 진수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