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표지에 있는 사람이 우리의 주인공 ’진지한’씨다. 그에 대해 표현은 책을 인용해 보겠다.

"큰 도시 한복판의 어느 낡은 집에, 그 이름에 걸맞게 더없이 진지하고 성실한 신사 진지한씨가 살고 있었다. 진지한씨의 생활은 시계처럼 규칙적이었고, 옷차림은 양복 가게 진열장에서  막 걸어 나온 듯 단정했다. 길을 걸을 때는 지팡이를 짚고, 밥을 먹고 나면 냅킨으로 톡톡 입 주위를 두드려 닦고, 뭔가를 생각할 때는 손가락으로 수염을 쓱쓱 쓰다듬으며, 웃을 때는 허허허하고 점잖게 웃었다. 누구하고 떠들썩하게 농담을 주고받는 일도 없거니와 세상 소문에 귀기울이는 일도 없었다. 항상 차분한 마음으로 담담하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고리타분한 사람이다.  내 입장에서 보면 무슨 재미로 사는 사람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도 오늘같고,  오늘도 내일같고, 내일도 글피같은 변화라는 걸 세상에서 제일로 싫어할꺼 같은 사람이다. 아마 세상이 내일 망해도 자신의 습관을 절대 바꾸지 않을 사람으로 보였는데...이런  진지한씨한테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진지한씨네 집유령이 살고 있었다는 걸 발견한거다. 그것도 자기랑 똑같은 얼굴을 가진유령 진지한. 표지의 얼굴에 옷만 나풀나풀한 하얀색을 입은 유령 진지한. 나라면 나와 똑같이 생긴 유령을 봤다면, 영화에서 본 것처럼 기절하거나, 소리를 지르거나했을텐데, 역시 신사인 진지한씨는 놀라기는 하지만 예의바르게 인사까지하고 자러간다. 유령의 시간은 유령의 시간이라면서....나한테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어떻게 사람이 귀신을 보고 태연할 수 있다는 걸까? 이런 점을 보면 진지한씨는 사람으로 안보인다.

   이날 이후로 진지한씨는 아주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유령한테 폐를 끼치지않으면서  인사하기, 한밤중에 유령이 심심하지않게 책빌려주기(물론 자기가 재미있게 읽은), 재미있는 텔레비젼프로그램 알려주기(이것도 자기가 재미있게 본)등을 하면서 진지한씨와 유령 진지한씨는 가까워진다. 진지한씨의 회사사람들 이야기를 빌리면 진지한씨가 점점 인간으로 느껴졌다고한다.  나도 이책을 읽으면서 차츰차츰 사람답게 변해가는 진지한씨를 보면서 웃을수 있어서 좋았다.

   처음 책을 펼쳤을때 진지한씨의 모습은 인간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어떻게 샌드위치 하나 만들면서 앞치마에 머리수건까지 다 갖추고 음식을 만들 수 있을까?  주부인 나도 대충대충하는데...남자가 너무 깐깐하군하고 느꼈다.  그런데 사람같은 유령과 친구가 되면서 점점 인간적인 모습을 보인다. 늦잠도 자고, 회사에 늦을까봐 머리도 못 빗고 허겁지겁출근하고, 가끔은 결근도 하고(이건 비밀이지만)...

   솔직히 이 책의 분량이 약간 있어서 우리 딸이 읽기에는 버겁다고 생각했는데, 이녀석이 유령 이야기를 좋아해서 읽을 수도 있을꺼라 생각했지만,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읽어버렸을때는  얼마나 황당하던지....하지만 끝에 하는 말이 5장이후는 좀 어렵단다. 내가 보기에 이유는  유령과 진지한씨가 동화되어가면서 점점 둘만의 개성을 잃어가는 부분이 시작되기 때문인걸로 보인다.  아마 아이가 이해하기에는 각자 둘의 개성이 뚜렷할때가 더 쉬웠었나보다. 초등학교 3학년 정도의 아이라면 무난하게 읽을 수 있을 꺼라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