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우연히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오만과 편견'을 보게 되었다.  책으로 너무 재미있게 보았던 작품이라 계속 보고싶었던 영화였는데, 기회가 닿지않아 여지껏 보지못하고 있었다.  원전에 충실한 영화라는 이야기를 이곳저곳에서 많이 들었던터라 더 기대하고 있던 영화였는데....자막에 다아시씨가 아닌 '다시씨'라고 하는 순간 영화에 품었던 기대가 와장창하고 무너지는 소리가 내 귓가에 들리는 거 같았다. 우찌 저런 실수를...자막 넣는 분은 원작도 안읽었나? 분명 영어 대사도 '다아시'라고 하는데...책에서 묘사로만 표현되는 자연풍광이나-특히 펨벌리-집들을 상상이 아니라 눈앞에 볼수 있어서 좋았던 영화였지만, 책에서 느꼈던 가슴 설렘은  없었던 영화였다. 그래서인지 갑자기 '오만과 편견' 책이 너무 보고 싶어서, 이 두꺼운 책을 열심히 다시 읽었다.

  역시! 영화에서 너무나 짧게 줄여버렸던 대사라든가 미묘한 감정들이 생생하게 살아나는 활자들앞에서 다시 가슴이 두근거리고, 몸이 피곤함에도 책을 놓지 못하고  끝까지 앉은 자리에서 읽어버렸다. 물론 등장인물들은 아침에 봤던 영화의 주인공 얼굴이 기억나서 더 대입이 편했다. 영화가 너무 짧아서 책의 장점을 잘 살리지 못해 실망이었지만, 남녀 주인공 엘리자베스역의 키이라 나이틀리와 다아시역의 매튜 맥퍼딘은 정말 딱 맞는 옷을 입은것처럼 내가 상상하던 리지와다아시였다.

   분명 고등학교때 읽었을때는 엘리자베스가 이해가 안되었었다. 정말 재수없고 밥맛이라고 느꼈던 다아시가 뭐가 좋아서-아무리 집안의 수치스러운 일을 잘 마무리해주었다지만- 결혼약속까지 하나라는 생각을 했던 거 같다. 아마 그당시 봤던 책이 축약되어서 이 책의 묘미인 생동감 있는 대사나 세세한 묘사를 살리지 못하고, 줄거리 전달에만 충실했던 책을 읽었던 게 아닌가 싶다. 아마 그래서 더 다아시란 사람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었던 거 같다.  

   하지만 지금은 제대로 번역된 책을 읽어서 다아시가 얼마나 마음이 넓고 휼륭한 사람인지 안다. 물론 엘리자베스를 사랑하는 마음과 리지의 독설의 힘이 보태진 결과겠지만.. 그래도 다아시의 바탕이 선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는 마음이 있었으니 가능한 변화였다고 생각된다. 몇번을 읽어도 통통튀는 엘리자베스의 대사들과 요새말로 까도남인 다아시의 시니컬한 대사들은 두고두고 잊혀지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