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인가 보았던 의학 드라마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보는 내내 했습니다.
책이 출간된지 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건네받은 책을 펼쳐보며 그때 보았던 드라마가 머리속에서 재연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읽는 내내 손이 오그라들고 의자에 걸터 앉아 발이 바닥에 닿았는데도 붕떠있는듯한 느낌을 안은채 글을 읽어 내려가야 했습니다.

언제부턴가 누군가 자신의 아픔을 진솔하게 이야기하면 나도 모르게 말하는 사람과 같은 부위에 같은 고통이 느껴져 아픔을 담은  이야기는 일부러 들으려 하지 않았더랬습니다.

헌데..... 책은 통째로 아픔이 가득한 사람들의 이야기만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길지 않은 이야기속에 함축되어 들어있어 짧지만 강렬했습니다.
각 이야기들은 병원내 입원환자들의 병실마다 들어가 보며 확인하며 그네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듣고 앉아있는듯 했습니다.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삶이라는 공통분모에서 보면 크게 다를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여덟해 전 딸아이가 아팠을때에 병원이라는 곳에 깊은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생사를 넘나들며 병과 싸워 끝내 이겨낸 조그마한 딸아이를 지키며 병실에 함께 한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병원안에서는 미쳐 내가 알지 못했던 생명을 지키기위해 싸움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수있었습니다.

이렇게 아픈 사람들이 많았구나.
이렇게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았구나.
생명을 지키기위해 환자에게만 모든 시간과 열정을 쏟는 의사들도 있구나.

기존에 알고 있었던 삶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삶의 모습들을 확인하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을 읽으며 잊으려 애쓰며 지냈던 
딸아이가 아프던 그시절이 떠오르며 이제는 무뎌질만도 한 가슴이 묵직하게 짖눌림을 다시 느껴 버렸습니다.

책속에는 진한 감동을 주기위해 애쓰기 보다는 삶의 다른 측면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처럼 가슴아픈 일을 겪었던 사람은 그 가슴조임을 느끼기를 거부한다면 읽지 않은 것이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