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월당 주인인 박종호씨의 클래식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에세이 이다. 클래식은 대중가요처럼 편하게 듣고 즐기는 음악이 아니라는 선입견이 있기 때문인지 음악회나 특별한 경우에만 찾아서 듣는 경우가 많다. 나 같은 경우엔 클래식 전반에 관한 지식이 얕고 주로 듣는 음악만 찾아 듣다보니 클래식의 진짜 매력을 알기가 어렵고 좀 어렵게만 느껴진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됐는데, 그가 사랑하는 클래식 소개를 들으며 이렇게 다양한 음악가들의 곡이 있구나 싶어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된 것 같았다. 우리에게 익숙한 쇼팽, 슈만, 베토벤 뿐 아니라 익숙하지 않는 음악들을 만나는 기쁨도 크고 그 음악을 연주하고 지휘하는 현대 음악가들도 많이 만나서 좋았다.

 

거기에 각 음악의 본고장을 여행하면서 겪은 이야기와 저자 개인의 에피소드가 들어있어 술술 읽혔다. 클래식을 만든 음악가의 소개만 나열했다면 식상했을지 모르고 금방 잊혀버렸을 텐데, 개인의 경험과 감상이 추가 되니 음악을 찾아 들을 때마다 같이 생각나고 오래 기억하게 되는 것 같다. 또 책을 읽으면서 노래는 같이 듣지 못해도 대충 어떤 음악이겠구나 상상이 됐다. 다 읽고 난 후에야 듣고 싶은 음악을 찾아 듣게 됐는데, 책 뒷부분엔 박종호씨가 추천하는 음반들이 많이 실려 있었다. 나는 그것 대신 집에 있는 클래식 음반집을 오랜만에 꺼내 들었다. 오래전에 아는 사람의 부탁으로 사 놓았지만 먼지만 뽀얗게 쌓이도록 놔둬서 아내의 잔소리를 불러들인 음반들이다. 다음엔 책에 소개된 음반집을 하나씩 사서 들어야겠는데, 어떤 음악가가 연주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곡해석이 나오니 듣는 재미가 더 있을 것 같다. 그 재미를 알기위해선 많이 들어야 할테지만 말이다.  

 

책의 구성이 봄,여름,가을,겨울로 나뉘어지고 각 계절에 맞는 음악을 선곡했는데 아름다운 음악을 만든 음악가들의 생애에 대한 이야기들을 알고 들으니 더 색다르게 들렸던 것 같다. 슈베르트, 라흐마니노프, 베토벤 처럼 익숙한 음악가들부터 생소한 분들까지 알면 아는대로 모르면 배우는 재미로 읽게 됐다. 음악은 공부해서 듣는게 아니라 가슴으로 느껴야 되지만 이상하게도 클래식은 공부하고 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음악가의 생애와 작품이 만들어진 과정, 그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음악은 세대를 뛰어넘어 사람들의 가슴에 깊은 감동을 주지만 왠지 클래식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마치 오페라를 대할 때와 같은 느낌인데, 줄거리를 알고 노래의 가사를 알아야 제대로 감상할수 있는 것 처럼 말이다. 안 그러면 지금 무슨 대사를 하는지, 어떤 내용인지 단지 추측만 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흥미가 떨어진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은 어려운 장르가 아니라 아름다운 음악일 뿐이다. 공부를 한다고 그 음악이 전보다 더 아름답게 들리진 않는다. 단지 공부를 하면 더 풍부하게 들릴수 있고, 또 다른 음악을 찾아 듣고 싶다는 마음은 준다. 몇세기가 지나도 전세계인들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건 클래식 음악이 그만큼 감동을 주는 음을 갖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니 그 아름다움을 더 알고싶고 듣고 싶다는 생각은 당연한 것인데, 뛰어난 음악가들의 작품을 놀라운 재능을 가진 음악가들의 손에서 연주되며 앞으로도 쭉 사랑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