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을 담은 책 『미움받을 용기』를 읽었다. 아들러 심리학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과 베스트 셀러에 대한 호기심이 더해져 선택했는데 기대 이상의 책이었다. 대화체로 구성되어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나가게 되었는데, 아뿔싸, 밤늦게 집어든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해서 밤잠을 설쳤다. 그 기억을 되살려 기시미 이치로의 또 다른 책『행복해질 용기』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미움받을 용기'를 내 것으로 만드는 법, 아들러 심리학 실천 지침이다. 일, 사랑, 관계, 병, 죽음을 대하는 아들러의 명쾌한 가르침을 담았다. 이 책 역시 『미움받을 용기』를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내 안에서 이런저런 목소리를 내어 머릿속이 시끄러웠다. 복잡한 인간 심리를 단순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시각을 제공받는 느낌이었다. 공감하게 되는 문장에서는 긍정의 말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부분에서는 나만의 생각이, 끊임없이 소용돌이치며 휘저어놓는다. 저자의 생각을 그대로 따라가는 시간보다는 나만의 생각을 이어나가며 함께 한 권의 책을 쓰는 듯한 느낌을 읽어나가니 그 시간이 의미 있고 뿌듯하다.

 

가장 먼저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목적론'이었다. 아들러는 분할할 수 없는 전체로서의 개인이 자신의 목적을 세우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동한다고 생각했다는 것인데, 그 부분을 주목하게 된다.

화를 주체하지 못해 큰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니라, 큰소리를 지르기 위해 화를 내는 것이다. 불안해서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지 않기 위해 불안이라는 감정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무언가를 한다거나 하지 않는다는 목적을 먼저 세우고, 그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을 생각해낸다는 뜻이다. 분노라는 감정이 알게 모르게 우리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남들에게 강하게 전달하기 위해 분노라는 감정을 이용하는 것이다. 또한 남들에게서 동정을 유발하기 위해 슬픔이라는 감정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32쪽)

아들러는 단순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열쇠는 원인론적 발상을 목적론적 발상으로 바꾸는 데 있다고 말한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것이다.

성격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연상되듯, 성격은 '타고난' 것이라거나 바꾸기 힘들다는 고정관념이 잇다. 아들러는 절대 그렇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성격'이라는 말 대신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아들러는 "라이프스타일을 스스로 선택한다"라고 하며, 이것이 아들러 심리학의 기본이다. (37쪽)

 

아들러 심리학에 대해 복습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늘 새로운 느낌으로 마음에 다가온다. 인생이 복잡한 게 아니라 내가 인생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문장이 나를 깨우친다. 이전에 기시미 이치로의 책을 읽을 때에도 인생은 복잡한 것이 아니라 지극히 단순하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어느덧 잊고 있었나보다. 이 말이 주기적으로 나를 일깨운다.

"인생이 복잡한 것이 아니라, 내가 인생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다. 스스로 인생을 복잡하게 만들어서 행복한 삶을 방해한다. 인생에 대한 '의미 부여(라이프스타일)'를 바꾸면 세상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단순해진다." (40쪽)

 

기시미 이치로의 책을 읽어나가다보면 나만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은 부분이 강하고 커다랗게 강조되어 눈앞에 펼쳐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 부분에서는 자연스레 책 읽는 속도가 줄어들며 생각의 늪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동안 상식처럼 생각해왔던 것이 아닐 수도 있고, 복잡하게만 생각했던 것이 의외로 단순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 엉킨 실의 끝부분을 찾아내듯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특히 대인관계와 행복에 관해서 이 책에서 심도 있게 바라볼 수 있는 방편을 마련해주었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제1장 '행복해질 용기를 위한 아들러 심리학', 제2장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자신과 마주하기', 제3장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남들과 마주하기', 제4장 '나이듦을 행복하게 마주하기', 제5장 '일상 속에서 행복 찾기' 등 다섯 장에서 모든 문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공감하지 않게 되는 부분도 있다. 아들러는 다른 시대의 사람이니 그 정도의 차이는 인정한다. 기시미 이치로는 다른 나라 사람이니 그 정도의 간극은 이해한다. 바다에서 낚시를 하듯, 하늘에서 별을 찾듯, 이 책과의 여정 속에서 어느 순간 자신에게 맞는 부분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그 순간 때문에 이 책을 읽어나갈 추진력이 생긴다. 지독하게 더운 여름날이어도 날씨도 땀도 잊은 채, 일, 사랑, 관계, 병, 죽음을 생각하는 시간을 보낸다.

행복해질용기, 기시미이치로, 이용택옮김, 더좋은책, 아들러심리학, 실천지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