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무엇인가. 그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인간이 무엇인지 그 내면으로 들어가보아야 한다. 인간에 대한 이해를 위해 기본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이 심리학일 것이다.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지그문트 프로이트, 카를 구스타프 융과 함께 심리학의 3대 거장으로 유명하다. 아들러 심리학에 관한 책은 『인생에 지지 않을 용기』를 통해 처음 접해보았다. 인생은 복잡한 것이 아니라 지극히 단순하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삶의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짚어보는 시간이 나에게 힘과 용기를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을 담은 책 『미움받을 용기』를 읽어보았다. 아들러 심리학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과 베스트 셀러에 대한 호기심이 더해져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맨 앞에는 김정운 문화심리학자,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의 감수 및 추천의 말이 담겨있다. 미국식 자기계발서와 일본식 자기계발서를 싫어하는데 이 책은 다르다고 한다. 윽박지르지 않고 논리적으로 조곤조곤 따진다니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궁금해졌다. 때로는 추천의 말을 읽고 그 책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더 발동하게 되는데 이 책이 그렇다.

책을 읽다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지기도 한다. 저자의 주장에 설득당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의문들도 많다. 책을 덮고도 계속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여타의 자기계발서와는 다르다. 주체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책이 좋은 책이다. 이 책은 좋은 책이다. (김정운 문화심리학자의 추천의 말 中)

 

이 책은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로 시작된다. 진지하고 무겁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궁금한 생각을 청년이 대신 질문해주고 철학자가 답변을 하는 식이다. 세계는 아주 단순하다는 철학자의 지론을 청년은 이해하지 못한다. "누가, 어떻게 봐도 세계는 혼돈과 모순으로 가득한 곳이 아닙니까"라는 청년의 질문에 철학자는 답한다. "그것은 '세계'가 복잡해서가 아니라 '자네'가 세계를 복잡하게 보고 있기 때문일세." 이 책을 읽는 내 마음도 조금씩 이들의 대화 속으로 끌려들어간다.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 의미를 부여한 주관적인 세계에 살고 있는 법. 청년과 철학자의 대화가 길어지게 생겼다. 서재로 가서 뜨거운 커피라도 마시며 본격적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김정운의 말처럼 이 책 속의 철학자가 다루는 이야기가 100% 공감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으며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대화체로 구성되어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나가게 되었는데, 아뿔싸, 밤늦게 집어든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해서 밤잠을 설쳤다. 쉽게 읽으면서도 은근히 공감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나만의 생각을 이야기하느라 머릿속이 시끄럽다. 그러면서 단순하게 정리되는 시원한 시간이었다. 트라우마를 부정하며 시작되는 첫 번째 밤에서는 지금껏 바라보던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는 느낌이었다. 인간관계, 인정욕구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눈이 번쩍 뜨이는 부분이었다. 내가 바라보는 세계를 조금은 단순하게 정리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기시미 이치로 선생의 필터로 걸러진 아들러 심리학을 책으로 낼 수 있었던 것은 고가 후미타케 덕분이었다. 독자의 의문에 빠짐없이 답하기 위해 플라톤의 『대화편』형식을 빌려 철학자와 청년이 대화를 나누는 식으로 구성했다. 공저자 기시미 이치로의 말을 보며 잠들지 못하고 아들러 심리학에 빠져든 시간을 마무리한다.

이 책에 나오는 '청년'은 학창 시절 철학자들을 찾아다니던 나와 고가 씨이며, 무엇보다 이 책을 손에 쥔 여러분입니다. 철학자와의 대화를 통해 의문을 해결하는 동시에 여러분이 변화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3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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