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친구가 한명이 있다. 
유독 살인, 범죄 뭐, 이런 무서운 것을 좋아하여 미국 드라마 같은 것도 즐겨보고 책도 그런 류의 책을 좋아한다. 
그 친구가 요즘 빠져들어 열광하는 작가 중의 한명이 바로 이사카 고타로였다. 
그의 소설은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어 친구에게 책을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심드렁하게 “ 너 이런 소설 안좋아하잖아? ” 하는 반응을 보인 뒤 이 책 <사신 치바>를 건네주었다. 
말 그대로 사신, 죽을 사람이 정말 죽어도 되는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신이다. 
그 중 한명인 치바라는 사람의 이야기인데, 단편처럼 짧게 짧게 되어 있다면서 그렇게 읽기 부담스럽지는 않을 것이라면 건네준 것이다. 

사신이 있다는 설정, 그리고 그 사신이 음악을 좋아하고, 그가 나타날 때면 항상 비가 오거나 날씨가 궂다는 것, 오랜 시간을 살아왔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 많고, 예전 생각만 하고 있어서 새로운 사실을 잘 모른다) 대화가 가끔 미묘하게 어긋난다는 점 등 여러 가지 설정이 재밌기도 했지만, 문제는 그런 사신에게 선택받은 인간인 듯 하다.
소극적이고 왕따를 당하는 후지키 가즈에, 서로 죽고 죽이는 일이 너무 자연스러운 야쿠자들, 눈보라 속에서 벌어지는 살인, 자신의 마음을 알리지 못하는 남자......!!! 
어쩌면 ‘ 이런 사람이니까 죽는게 당연하지 않아?’ 라고 말하고 싶은 듯한 그런 인간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실망스럽기 까지 하여 소설 전체의 느낌에 영향을 끼친 듯 하다. 

사실 나는 이런 소설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친구는 원한다면 이사카 고타로의 ‘대작’을 빌려줄 용의가 있다고 하는데, 과연 그 책은 어떨지 나도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