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루라~

사막 횡단 중 가장 힘든 시기에 눈앞에 잠시 나타나 마음을 흔들고는 다시 사라져 버리는 그것.

앞에서 사라지는 순간, 더 큰 절망이 닥칠 듯한 그것.

그러나 그것이 있기에 사막의 고단함을 견딜 수 있었다고 책 속 주인공, 다인은 이야기 한다.

두 모녀의 몽골여행기.

엄마 친구들 틈에 끼여 함께 간 중학생 다인은 그 틈에서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생각했을까?

사실, 두 명의 다른 화자를 통해 만나는 이야기는 어느 쪽에 마음을 맞추어 읽어야 할지 헷갈리기도 했다.

사춘기 소녀와 그네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와의 갈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지,

엄마말을 지독스럽게도 안 듣고, 엄마의 삶의 희생으로 살아가는 듯한 아이들을 바라보며 부모됨의 고단함에 힘들어 하는 엄마의 시선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지,

그것도 아니라면 그들간의 소통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지....

일단, 다인의 이야기는 그 나이 아이들의 생각을 살짝 엿볼 수 있는 듯하여 술술 읽혔다.

아이돌 스타를 좋아하고, 팬카페에서 팬픽을 쓰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그들의 공연장에 가서 몸을 흔들거나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하면서 학업의 스트레스를 날리고 싶은 그 또래 아이들의 마음을 살짝 엿보았다.

엄마 친구들 틈에 끼인 것이 못내 후회스럽기도 했던 다인의 여행이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스타를 닮은 몽골청년 가이드를 통해 분홍빛을 띠는 것은 이미 나이 먹어 버린 내게는 감정이입이 어렵긴 했지만, 여학생들은 재미있겠다 싶었다.

지금 만나고 있는 사춘기 소녀들인 반 아이들과 앞으로 만나게 될 딸 아이의 사춘기를 생각하면서 사춘기 딸과의 대화법에 관심을 가지며 보았지만 다인이의 시선보다는 엄마의 시선에 마음이 간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을 청소년들이 그런 엄마의 복잡한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지, 아니 헤아리고 싶을지는 의문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자궁암 초기 진단을 받은 다인의 엄마는 자신이 다인이 만할 때의 엄마를 가슴에 품고 여행을 떠난다. 가족들을 떠나 일찍 삶을 마친 엄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었을까? 시한부 인생이나마 끝까지 삶을 부여안지 않은 엄마에 대한 원망이었을까?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리면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끄집어 내보지만 그 정체모를 아픔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그 이전의 삶의 갈등도 해소되지 않았는데, 우리네 삶이란 것이 갈등의 연속이며 그 갈등은 날마다 진행형이니...

여행을 통해 그 답을 찾아나가려 했으나 날마다의 삶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갈등의 연속이다.

우리네 삶이 바로 그런 것 같다. 부대끼면서 살아가는 것. 매듭을 엮기도 하고 풀기도 하는 것.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고비 사막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었던 점은 참 반가웠다. 그러나 그곳으로의 여행을 권한다면 글쎄???!

직접 그곳을 다녀왔다는 작가, 고생한 만큼 오랜 여운을 남겼을 거고, 고생한 만큼 또 한 번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여행이 생활도 아니고 취미도 아닌 내게 그럴 기회는 적겠지만, 그래도 몽골을 다녀 올 기회가 생긴다면 그 곳에서 신기루를 만날 수도 있겠지! 그리고 그 때는 이금이 작가의 <<신기루>>를 떠올려 보겠지.

개인적으로는 글을 쓴다는, 엄마의 친구 필명이 나랑 같아서 반가웠고, 소시를 좋아하고 팬픽을 쓰느라 바쁜 K양이 생각나게 하는 다인의 일상이 정겨웠다. 수업 조퇴를 맡고 한비야님의 강연회에 가야겠다고 하는 K양에게 살짝 따끈한 신간을 건네기로 약속을 해 둔 상태다. 오늘 책상에 올려두고 퇴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