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받아 든 첫 마음은 조금 불편했다.

뭐야, 이거~ 시는 시로 받아들이고 그 아름다움을 음미하면 되는 것이지, 이걸 파헤치고 분석하겠다는 말? 궁금하면 알아서 백과사전 찾아보면 되는 것을 뭐 이런 식으로 짬뽕을 시켜 한 권을 새로 만들다니, 출판사들도 참... 했던 것.

그런데... 책을 읽어보면서 이런 기획 정말 괜찮구나 느끼면서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봄의 설레임을 느끼게 해 주는 자연과 관련 된 선정된 시들 하나하나가 참 좋았다는 것.

시를 시로써 음미하기 보다는 소설처럼, 동화처럼 그냥 주욱 읽고 말던 내가 이 시집은 펼쳐들면서 함께 가슴 셀레고 그 행간의 의미를 읽어보려 애쓰고 있지 않은가!

대표 저자로 적혀있는 윤동주님의 시는 이 책의 가장 마지막에 실려 있는데, 아주 쉬워서 언제나 마음 속에 남아있었는데 이렇게 또 만나게 되니 반가웠다.

 

들길 위에 피어있는 봄꽃들은 나비가 딛고 가는 봄의 디딤돌이라니(<나비>, 이준관)! 꽃도 나비도 이렇게 내 마음 속에 들어와서 봄이 온다고 살짝 알려주는데, 나도 어서 봄을 맞이하러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은방울에 맺힌 빗방울이 흔들리는 모습도 그려보니 얼굴에 미소를 번지게 하는데 향기까지 흔들린다니!(<은방울꽃>, 정두리) 이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 말이다.

 

아직은 꽃샘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데, 담쟁이 한 줄기가 오들오들 떨며 담벽을 타고와 똑똑똑 창문을 두드린단다.(<담쟁이 덩굴>, 강현호) 담쟁이 덩굴손마다 방울방울 맺혀 있다는 눈물같은 이슬을 그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득 차 오르는 이 느낌!

 

<서울 사는 까치네>(한상순)를 읽으면서는 뭔가 모를 미안한 마음. 인간의 터로 인해 침해받는 까치, 딱다구리, 황조롱이... 자연으로부터 빌려 사는 우리들이 자연을 위해 무언가 더 많은 것들을 해야 할 것같은 맘이 인다.

 

책에는 물총새, 봄처녀나비, 민들레, 은방울꽃, 담쟁이덩굴, 달팽이, 엉겅퀴, 올빼미, 괭이 갈매기, 봉선화, 까치, 참새에 대한 정보가 백과사전식으로 설명되어 있다.

대학 때 민들레 한송이를 꺾으면 꽃한다발을 꺾는 것과 같다던 생물과 교수님 말씀이 다시 떠오르게 하는 대목을 만났다.

 

이 책을 다 읽고 내린 결론은, 참 친절한 책이라는 것.

아름다운 시와 함께 만나는 아름다운 그림, 또 그와 더불어 자연을 좀 더 가깝게 느끼도록 더 많은 정보를 주도록 애쓴 점들을 통해 책을 만든 이들의 노고를 생각하게 한다.

덧붙여진 설명들은 시를 잘 감상하도록 도와주는 참 친절한 도우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