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특별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책들이 있다. 아이들이 보는 왠만한 책들은 학교 아이들을 위해 학급문고로 옮겼지만, 몇 종류의 책들은 상처입을까봐 고이고이 모셔두고 필요할 때만 한 두 권 가져가서 읽어주는 정도로 이용하는데 솔거라나 시리즈가 그 중 하나다.
내가 살 당시보다 지금은 몇 권의 책이 더 나와 있고, 오랜 진통을 겪고 나온 그 책 하나하나를 덧붙여 나가면서 또 다른 뿌듯함을 느끼고 있는데 이번에 솔거나라의 새 책이 나왔다는 참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직장을 다니느라 바쁜 엄마, 아빠를 대신하여 할아버지가 돌보시는 아이 현이. 이제 곧 초등학교에 입학하여야 해서 엄마가 데리러 오신단다. 말로 표현은 하지 않으시지만 고 꼬맹이 보면서 하루의 적적함을 달래셨을 할아버지는 얼마나 서운하실까? 할아버지 나름의 이별식을 연 만들기와 연 날리기를 통해 준비하신다.
이 책을 읽노라면 연에 관련 된 많은 정보를 제공 받는다.
먼저, 독특한 용어들을 살펴보자.

연 종이에 대접을 올려놓고 동그라미를 그리신 후 반으로 접어 현이보고 오리라 하신 후 센 바람에도 연이 찢어지지 않고 잘 날도록 도와주는 방구멍이라고 설명하신다. 현이는 반달이 보름달이 되었다며 좋아한다.
연이마에 붙이는 동그라미를 꼭지라고 하는데 꼭지가 빨간 꼭지가 붙으면 홍꼭지연, 현이처럼 엄마 얼굴을 꼭지에 붙이면 엄마꼭지연이 되는 거다.
유리 가루나 사기 가루를 섞은 풀을 연줄에 입히는 것을 개미 먹인다고 하는 것도 일일이 가르쳐 주시는 할아버지.

할아버지 따라 역사 속으로 들어가서 연의 유래도 듣고,

김유신 장군이나 이순신 장군이 전쟁에서 연을 이용한 이야기!

한 해 동안의 액을 연에 담아 날리거나 달집에 묶어 태우는 액막이 연에 대한 이야기도 신기하고 재미있다.

백성들이 사이좋게 지내라고 마을마다 연을 날리도록 해서 연날리기를 보급하여 오늘날의 민속놀이로 자리매김하도록 한 영조임금님에 대한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할아버지랑 연줄 끊어먹기를 하면서 엄마꼭지연이 그만 하늘로 훨훨 날아가 버린다. 예쁜 치마를 곱게 입은 엄마꼭지연은 어디로 가게 될까? 현이의 “엄마, 내 연 보고 빨리 오세요!” 하는 작고 고운 소망이 얼른 이루어져라, 얍!!!
내일 모레는 입학식, 현이는 엄마 손을 잡고 종종거리면서 학교문을 들어서겠지?!

방패연은 그 형태에 따라 다시 꼭지연, 치마연, 발연으로 나뉘고 잘 알려진 마름모 모양의 가오리연은 붙이는 꼬리가 길수록 잘 난다고 하니 당장 달려 나가서 연을 날리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책이다. 아이들과 학년을 마치면서 즐거운생활 시간에 한 비닐봉지에 그림 넣어 만든 간이연 날리던 시간이 생각난다. 이 책 덕분에 우리 아이들 얼굴도 하나하나 떠올려 보게 되었다. ^^
좋은 책과 만난 행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