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머리 식힐겸 읽기엔 괜찮은 소설이다.
장면장면마다 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그 인물의 감정에 몰입되어 내가 화가나기도 하고,
조금 쌩뚱맞은 사건으로 인하여 황당하기도 하지만,
뭐 이것이 사람사는 생활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모든 사람들이 다 하는 평범한 일상속에서 충분히 다음 사건을 상상할 수도 있고
결코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들쑥날쑥 생기기도 하고
밉네~ 싫네~ 짜증나네~ 해도 가족이라는 특별한 조직아래에서는 
그래도 정이라는 것이 무섭게 눈물 쏙 빼도록 소중한 사람이란 것을 느끼기도 하는 것.
그것이 사람사는 것!!

형제자매가 없는 나로서는,
언니 권혜미와 동생 권지연의 티격태격한 싸움에서
왠지 나와 엄마를 연상케해서 은근히 재미있는 장면도 있었다.

어릴때부터 뛰어난 외모와 천재소리 들을정도로 영재인 여동생의 그늘아래에서
자격지심으로 살아온 언니 권혜미. 
지금 현재 자신은 단지 학생일뿐이고, 만만했던 언니가 등단하면서 대스타로서 
가족들과 지인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언니에게 부러움을 느끼는 동생 권지연.

내가 부산사람이라서 그런지 더 이 책이 재미있었던 것 같다.
구수한 경상도 억양과 말투가 정겨워
소리내어 웃어도 보고, 감정을 100% 실어서 큰소리로 읽어보기도 했다.
게다가 부산의 지역들도 언급되다보니 왠지 정말 이웃집에서 일어난 사건을
글로 표현해낸듯하여 실감나게 읽었다.

겉치례를 중요시 여기고 자기가 정한 목표는 이루고야 마는 동생스타일과
겉보다는 마음이 중요하고, 무뚝뚝하고 잔소리로 애정을 표현해버리는 미성숙한 언니스타일.

어찌보면 나는 약간 언니 권혜미의 성격과 비슷해서인지
읽는내내 권혜미의 눈으로 동생 권지연을 나역시도 잔소리하거나 화를 내기도 했다.
만약 내게 이런 동생이 있다면....
아~~ 신이시여.. 솔직히 싫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가 미워질 겁니다.

그래도 20년이상 같이 살을 부비며 지내온 가족이라는 구성원중에 
같은 또래로, 그리고 자식이라는 같은 위치로 지내온 그녀들의 왠지모를 
어떤 질긴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조금은 부럽다.

중후반부터 조금은 내용이 놀랍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둘이서 한방에 누워 속마음을 털어놓는 장면과,
공항의 출국장면에서의 포옹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형제, 자매관계는
그 어떤 관계보다도 가까우면서도 한참이나 멀어보이기도 하지만,
어떻게든 같이 갈 운명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조금은 가볍게 이야기를 풀어나갔지만,
만약 내가 언니가 아닌 동생이었다면..
만약 내가 동생이 아닌 언니로 태어났더라면..
이렇게 생각해보면 형제자매를 가진 자들에겐 꽤 매력적인 소설이 될 것 같다.
조금이나마 서로의 위치에 대해 이해되지 않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