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기결사건이라구요" 

라고 부르짖으며 자신의 목을 조르는 던커크씨의 엄지손가락을 떼내려는 열다섯살 시릴, 이 급박한 순간에도  엄마에 대한 원망을 잃지않는 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건지 사건속으로 들어가보게된다. 복잡하고도 단순한 가족관계인 시릴과 엄마 앤디, 열 네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시릴을 가진 엄마 앤디는 정말 열심히도 살았고 지금은 멀쩡해보이는 모자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모든 일에 너무도 열정적인 엄마덕에 시릴은 다른 아이들보단 덜 가정적인 자신들의 가족생활에 다소 불만이 있는 상태다. 그러다 엄마에게 남자친구 비프아저씨가 생기게되고 그럭 저럭 다정한 아저씨 덕에 정상적인 생활을 약간이나마 하게되어 다행이다 싶기도 전에 엄마가 변론을 맡은 유명한 사건속에 온 가족이 휘말리게 된다.

 

엄마가 평소 소신대로 정의감에 붙타 스스로 맡은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불길한 그림자가 시릴집에 드리우기 시작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는 유명한 과학자 연구실에 난 불을 끄려다 실수로 더 큰 불을 내버린 불운의 사나이 척 던커크의 변론을 무죄라는 승리로 이끈 후, 경찰을 무고죄로 고소하려는 다음 사건을 준비하게된다.

 

재판 준비를 하는 과정에 우연히 드러나는 화재 사건의 단서, 그리고 뭔가가 수상한 척과  비프아저씨의 관계. 겉모습과는 다르게 위험해보이는 척아저씨를  조심스럽게 조사하기 시작하는 시릴은 결정적일 때마다  덜렁대는 엄마덕에 더 빨리 위험속으로  빠져들게된다.

 

변호사인 엄마덕에 법과 논리에 대해 쬐금 알고있다는 시릴의 이야기가 법정단어로 첫 문장을 이끌어가며 흥미를 더 끌어내고있다. '일사부재리의 원칙'이라는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이야기를 끌어내고 척을 다른 사건으로 법의 심판을 받게하려는 시릴의 계획이 성공할수 있을지.. 시릴의 용감한 행동으로  누가 이 사건에 진짜 관계가 있는 건지, 척 아저씨의 수상스런 행동이나  비프아저씨의 진심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밝혀낼수있을지가 궁금해진다.

 

"난 그런 일까지 엄마한테 말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그랬다 하더라도 날 바보 취급할 엄마도 아니지만."(p.77)

불량엄마라는 제목을 빼고라도 시릴을 때론 너무 힘들게 하는 엄마 앤디에게 불량엄마인 내 처지를 잊고 살짝 구박을 하고 싶었지만, 시릴의 이 말은 왠지 부럽다.

서로가 서로를 믿고 자신도 책임질수 있는 관계인지라 사실 우리가 원하는 모자관계이기도하니 말이다.

엄마가 시릴에게 의지하는 부분도 있었기에 어쩌면 스스로의 일을 해결해나갈 힘이 시릴에게 생긴건 아니었을까?

 

'스케이트보드를 탄 존 그리샴'이라는  별명이 이해가 될만큼 법이야기로 사건을 아슬아슬, 재미있게 끌고나가는  비키 그랜트의 명랑 법 스릴러 ' 불량엄마 굴욕사건'.  청소년 걸작선이라는 이름답게 아이들과   혼자 일을 해나가야하는 시릴의 마음을 이해하며 재미있게 볼수있었다. 남편이 최근 판사로 승진할수 있었던 건 이래저래 자신을 도와준 덕이기도 하다는 "작가의 말"에서까지 웃으며 말이다. 전작 '불량엄마 납치 사건'에선 납치까지 당했다는 엄마 앤디가 다음편에서는 정신차린 모습을 볼수 있을지하는 기대가 생기기도 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어깨를 토닥이며 친근한 어조로 말을 걸던  척 아저씨

"정말 피자 한 조각 안 먹고 갈래?"

하던 말에선 공포가 쫙~~ 올라오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