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종류마다 생각하는 그림이 달라지게 됩니다.  맑은 소주라면 연기 폴폴나는 삼겹살집에서 시끄럽게 마시는 장면이, 맥주라면 약간 어두운 곳에서 친한 사람들끼리 자신들만이 아는 이야기를 나누며 잔을 부딪치는 장면이, 그리고 이 책에서처럼 와인을 떠올리면 파티같은 분위기가,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끼리가 아니라  둘 셋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조금은 개인적인 분위기를 떠올리게 됩니다. 

물론 자신의 기억에 따른 분위기를 상상하게 되는 걸텐데요. 다른 술에 비해 좀 낯선데다  맛이 뭔지 잘 몰라서 즐기지 못했는데 이제 와인을 만난다면 이 와인이 어디에서 왔을지, 그리고 이 와인을 누가 좋아했더라 라는 것들을 떠올리게도 되고 그리고 우선 잔에 비친 색을 오래도록 들여다보게 되지않을까 합니다. 샴페인 기사단 기사라는(자신이 좋아하는 와인과 음식을 즐기고 그에 대한  글을 쓰는 분이라니 ... 부러울따름입니다만) 저자 안자이 기미코는 우리가 들어봤음직한 와인이 어디서 온건지, 그리고  역사적 유명 인물들이 사랑했던 와인과 그것의 추억은 어떤것인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one부터 five 쳅터로 나눠진 이야기는  혼자가 아니라서  빛났던 와인과, 외로움과 고통을 달래주었을 와인, 맛으로 손에 꼽을 수 있다는 와인을 인생의 기다림으로 만들어낸 이들,  진정한 맛을 즐길줄 알았던 이들과 베르사유의 장미나 007 영화, 그리고 책 삼총사에서 나왔던 와인들을 설명해주고 있는데요, 그러고보니 예전 삼총사를 읽을때   술 이야기나 음식이야기가  많았는데  대충 넘어갔던 기억이 나게 됩니다. 이야기와는 상관없다는 생각때문이였을텐데요.  삼총사의 대화에서   맛과 깊이, 상황에 따른   와인에 대한 깊은 조예를 볼 수 있다는 안자이님의 말은 사람은 역시나 아는 것만큼 볼 수 있고 느낄수 있는 거구나 하게 됩니다.  

그레이스 켈리의 유일한 사치이자  기운을 북돋아주었다는 '뵈브 클리코'  , 찬란했을지 모르지만 그만큼 외로웠겠구나 싶은  나폴레옹의  '모엣 에 샹동 모엣 임페리얼', 인생 최악의 날에 열어야 할 '샤토 라피트 로쉴드',불로장생약이라 불릴만하다는 토카이 와인, 돔 페리뇽에 관한 이야기들이 맛의 궁금증을 더하게 되는데요.

"배가 고프지 않을 때는 아주 살짝 입을 대고 공복일 때에는 마셔요. 그렇지 않을 때는 결코 손에 대지 않습니다. 목이 마를때가 아니면 말이죠."-208

이렇게 공을 들일만한  술이라면 보고 있는 것만으로 우리를 늘  목마르게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인생의 희노애락을 술과 함께 한다는 건 알고있었지만 그 술에  세계사가 이렇게까지 들어있을 줄이야 하게 됩니다. 마시는 게 아니라 보고 즐기는 용도가 아닐까 싶은 와인의 이야기는 같은 걸 찾아 마셔도  그 맛이 나에게도 그대로 전해질 수 있을까 하게되는데요. 그 중에서도 모친이나 아내에게 선물할 와인으로 최고일거라는 '토가이 와인'이 제일 궁금해집니다. '달콤한 금빛 방울은 늘 앞을 바라보며 인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에게만 하늘이 허락한 달콤한 이슬'이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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