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래드클리프가 공포영화에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나의 관심을 끌었는데, 더군다나 이 영화의 원작인 "The Woman in Black." 은 가디언 지가 선정한 세계5대 공포 소설 중 하나라는 말에 냉큼  보게되었다. 스티븐 킹의 [그것],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와 함께 '가디언' 지가 선정한 세계 5대 공포소설에 오르는 등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라는 설명이 있어 왠지 꼭 봐야만 했다. (그런데,  나머지 하나는 뭔지 모르겠다.)

 

멍크스 피스의 한  저택에서의 크리스마스 이브, 깜깜한 밤속에서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무서운 이야기를 들으며 예전 기억이 스물 스물 올라오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예전 어떤 일로 마음의 깊은 상처를 입은 듯 보이는 이 남자는 결국 아이들에게 털어놓지 못한  자신이 만났고, 자신에게 공포를 안겨 준  그 이야기를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어느 해 11월  누런 안개가 밀려드는 런던, 어디가 어딘지 알수 없게 만드는 안개가 만들어 낸 지독한 냄새속에서 그 남자는 무언가를 깨달았어야하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전에 공포와 마주친 적이 없는 그는 단지 가끔 밀려드는 런던의 지독한 안개와 11월만 걱정하는 젊은이일뿐이었다. 그런 그에게 '일 마시 하우스'에 가야할 일이 생기게 된다. 휴가처럼 다녀 올 수 있으리라는 그의 생각과는 달리 그 곳에 가기 전 만나게 된 동네 사람들은 모두들 그 저택이나 죽은  여주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입을 다물어 버리고 표정마저 달라진다. 뭔가 이상한 느낌은 받지만 언제나처럼  스스로를 위로하는 그는 일을 위해 '일 마시 하우스'가 있는 늪지로 가게된다.

 

인간의 원초적 공포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나간 "우먼 인 블랙"은 지금의 우리에게 그다지  공포를 불러오진 못하지만 원작이 1983년작이라는 걸 감안하면 꽤 놀라운 이야기가 되지않을까한다. 벌어지는 사건의 끔찍성이 아닌 공포에  시달리게 된  인간들의 고통을  그려나가기에  이야기에 나오는 블랙 옷을 입은 여인이라던지 혼자 움직이는 흔들의자라던지 에서 프레디가 나올때쯤이면 흘러나오곤 하던 아이들의 노래가락처럼 , 누구든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수 있는  공포를 불러일으킬,  무언가가  우리 등 뒤에서  그녀 혹은 그것이  서 있을 듯한, 혹은 어디선가 표정없는 여인의 차가운 눈과 마주칠 듯한 상상을 해보게 된다.

 

"유령 이야기를 적어도 하나는 알겠죠. 아버지. 누구나 하나는 아는데...."(p.24)

공포를 모른다거나 묻었다고 생각하는 이에게 해주는 경고가 아닐까. 어느 누구도 갑자기 올라오는 등 뒤의 차가운 바람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이는 없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