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깜깜한 비포장도로로 달리는 택시기사도 위협할줄 아는 여기자 샐리 굿차일드, 그녀에게도 사랑은   한 남자의 냉정한 웃음이 신경쓰이며 시작된다.

목숨이 오고가는 곳에서 남들이 보기엔  뜨겁게 시작된 토니와의 사랑은 임신과 결혼이라는 흔한 과정을 밟게되고, 웃음을 잃지않는 토니, 받아치기 명수 샐리의 결혼생활은 마냥 좋아보인다. 왜냐하면 얘기가 통하니까... 역시 기자들답게말이다. 이런 그녀라면 , 세상의 모진 풍파를 남들보단 가볍게 뛰어넘는 듯 보이는 그녀이기에 결혼쯤은 잘 이겨내리란 희망을 한번 가져보게 된다.

 

비록 책 뒤에 "변심한 남편은 낯선 남자보다 위험하다!!" 라는 마음을 덜컥하게하는 글은 적혀있지만 말이다.

"어디서도 당신을 오도가도 못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p.283)

 하늘의 별도 달도 따주겠다는 남자들의 흔한 말, 하지만 알면서도 백번이고 속아주고픈 말이기도하다. 혹시 이 사람은 정말 그럴지도 몰라. 적어도 마음만은 변하지않을꺼야 ... 라는게 헛된 희망이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언니와는 다르게 이런 헛된 희망을 품지않는 그녀이지만  토니의 배신으로 그녀 역시도 얼마나 그를 믿었었는지 하는 일들이 속속 드러나게된다.

 

 결혼은 누구나 " 하고도 후회하고 안 하고도 후회하는 것이다. 그럴바에야 하고나서..." 이렇게들 말한다. 하지만 살다보면 밀려드는 규칙, 말도 안되게 너무 평범한 일상적인 규칙이 가끔은 지금 내가 어디 서있는 건가? 하는 물음을 던지게하기도 한다. 흔히들 권태라 부르기도 하는, 이 묵직한 것에 대처할 준비가 안 되어있다면 조금 더 기다려야한다는 건  알려주지 않은 채 말이다.  더군다나 토니같이 책임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더욱 더 말이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위험한 관계"는  샐리의 끔찍한 결혼이야기에서 점점 님이라는 글자에 점하나만 찍으면 남이더라라는 트로트가사가 딱 어울리는 이야기로 변해가기 시작한다. 사랑 하나에서 책임과 의무가 더해지는 결혼을, 속박과 짐이라 여기고, 거기에 자신의 야망을 쫓아 나비처럼 날아갈 수 있다고 믿는 간 큰  남자, 처음이라는 서툰 과정은 힘들게 헤치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자 샐리의 싸움이 시작된다.

 

누군가와 만나 사랑, 그리고 결혼이라는 모험을 감행하지만 그 모험은 얼마나 아슬아슬할 수 있는 건지 보여준다. 거기에 이혼이라는 과정을 다루며 나누는 여자들의 이야기에서 사랑하던 그들을 대하는  마음이  보여지기도 한다. 

"이혼은 죽음보다 나쁘다고 하더군요. 왜냐하면 그 나쁜 놈을 묻을 수 없으니까. 그가 다른 곳에서 나 없이도 잘 살고 있다는 걸 아니까."(p.393)

가끔 머릿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그들은 알란가 모르겠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희망을 버려야한다."(p.385)

라는 영국의 논리에 굴하지않고 끝까지 미국인의 파이팅 정신으로 희망을 손에서 놓지않는 샐리는 하나씩 일을 해나가며 예전 그녀의 용기를 되찾기 시작한다.  그녀의 용기에 감탄하다가  아직까지도 사랑하는 그가 나를 배신할 수 있다는 생각을 안하고 사는 우리는 샐리보다 도대체 몇 배 더 용감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혹시..."

이런게 진짜 위험한 관계를 만들수도 있겠군 ..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