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이들은 기억할란가? 지금은 아마도 티비에서 무술깨나 했음직한 이에게서만 들어볼 수 있는 말이 되지않았으련가한다. 뭐냐면 "이 소룡"이란 세 글자말이다. 

 

몇 해전 "말죽거리 잔혹사"란 영화에서 마지막으로 이소룡을 닮고 싶어 쌍절곤을 휘둘러대던 배우 이후로  요즘은 들어본 적이 별로 없다.(누군가가 많이 들어봤다면 제가 그렇다는 겁다.)

요절이란 이름을 달고 있는 제임스 딘, 그리고 이 소룡. 이들은 아마 지나간 청춘의 기억속에서 잠깐 반짝이는 빛바랜 칼라가 아닐까해본다.  

 

아마도 1970년대쯤  이 소룡이란 이름은 그 당시를 사는  넘쳐나는 기운을 함부로 보여도,  써도 안되는 시대를 사는 이들의, 특히나 남자들의, 가슴에 올라오려는 불꽃을 대신 살려주는 이가 아니었을까한다.

 

"아비요"하며 날리는 그의 매서운 손놀림을 사랑하는 많은 팬들을 뒤로 한 채 그는 세상을 떠났고, 그를 존경하던 한 남자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갑자기 학촌에 나타난 아이, 그래도 동네에서 유지격에  드는 내 집안 할아버지의 서자라는 쪼그라드는 자격을 가지고 나타난 '삼촌'은 기를 펴지 못하고 사는 삶을 살게된다. 그에게 유일한 낙이라곤 이소룡의 무술을 연마하는 것뿐이었는데, 갑작스런 이 소룡의 죽음,그리고 보러 간  영화관을 나서며 생긴 일은 하나씩 꼬인 실처럼 엮이며 삼촌을 무도인이라는 조용한 삶에서 진흙탕같은 삶속으로 끌어내리게 된다.

 

만약 그런 일이 없었더라면 ,오순이와 만나지 않았더라면 ...삼촌은 그냥 조용하게  살며 누가 뭐래도 자신만은 무도인이라는 맘을 가지고 살아가지않았을까 싶다.  시골에서  밤이면 무술연습을 하고, 낮에는 밀린 농사일을 하며 남들도 잊어 갈 평범함 삶을 살게되지않았을까.  그리고 만약 삼촌이 계속 그 곳에 살았더라면   종태와 올리비아 선생님의 일을 내가 질투하지않게되고, 종태네 집엔 아무일도 일어나지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삶이란 그저 순전히 사는 것이라던  그들이 존경하는 이소룡의 말처럼 깨지고 넘어지게되는 유난히도 이소룡에게 정신 못차리던 그들의 삶이 더 구르게 될까봐 걱정이 되기에 말이다.

 

뭔지도 모르는 채 사건에 휘말리고, 시국에 휩싸여 원하지않는 나날을 보내야했던 삼촌과 종태, 그들의 다음은  어디로 가게되는 건지..

 

"중국 영화를 보면 밥그릇을 손으로 들고 먹잖아. 그게 왜, 왜, 왜 그런지 아니?

- 몰라, 밥풀 흘릴까봐 그러는 거 아냐?

-아,아,아냐. 그, 그건 두,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하,하,하나는 나,나,남에게 고,고개를 숙이지 않겠다는 뜻이고, 다,다, 다른 하나는 내, 내, 내 밥은 내가 벌어 먹겠다는 뜻이야."(p.47)

 

'고래'나 '고령화 가족'의 저자이기도 한 천 명관님의 "나의 삼촌 브루스리".

오리지널이 되고 싶었던 어느 짝퉁 인생의 슬프고도 기적같은 일대기라는 데, 이 소룡을 쫓아 짝퉁으로 출발한  삼촌이 인생유전의 고유한 스토리를 완성한다는 얘기에 그가 쫓던 이소룡처럼 비극을 맞이할까봐 슬퍼하던 난 2편에서 보게 될  기적을 슬그머니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