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기에 있는 그것을 가지고 나오는, 그런 도둑이다."

 수다와 싸움을 좋아하는 엄마의 예민한 손을 닮은 아이, 잘 웃는 해일이. 그 아이의 이상하리만큼 쓸쓸한 고백이다. 가난때문에도 그 물건이 넘 탐나서도 아니고, 거기에 있기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지고 나오게되는 자신의 손을 어찌할 수 없는 아이,

 

"아빠 건데, 내가 쓰기로 했어."

라 자랑하던 지란이 전자수첩을 도난당하게된다. 하필이면 새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딸인양 이야기해서 받아 온  물건을 도난당해 새아버지와 다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쩡쩡한 관계가 유지되고만다.

 

같은 반인 아이들, 서로가 보기엔 해맑고 좋아보이는 모습이지만 그 안엔 서로가 간직하고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않은 비밀,  가슴에 박힌 가시들이 저마다 있다.

 

교실안에서 해해대는 모습과는 달리 아이들은 가슴을 짓누르는 가시가  안에서 자기 살을 파먹어 들어간다는 걸 알지만 그걸 누구에게 보여주거나 뽑아달라는 말을 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있다.

 

그런 아이들이 해일이가 계란을 병아리로 부화시키며 친구가 되나가는 과정에서 서로의 가시를 들여다보게된다. 자기만 다르다는 생각에, 자기만이 가장 큰 가시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던 아이들이 서로의 가시를 들여다보며 나만 아프다는 생각을 버리게된다.

 

누구에게나 보여지는 부분과 보여지지 않는 부분의 모습이 다를 것이다. 다 큰 어른이라고 마음에 생긴 상처를 훌훌 털어버리는 건 아니니 말이다. 언제고 정답만 보여주던 용창느님도 사실은 경계선에서 넥타이를 꼭 매며 아이들에게 더 다가서려는 자기 맘을 붙들어야했었고, 어느 곳에고 관심많은 해일이 엄마, 아빠 역시 해일이 어렸을 적 목걸이 열쇠가 목에 걸리는 가시였으니 말이다. 심지어는 모든 것에 상관하지 않을 듯 보이는 지란의 아버지 역시  여느 아버지처럼  딸내미 한 마디 한마디에 가슴이 아파  죽을 껏 같아하니 말이다.

 

저마다 오랜시간 묵혀 놓은  가시가 있어 그 상처를 어찌하나 싶었는데, 우연히 거울에 비친 해일이를 바라 본 진오에게 해일이가 누구에게든 털어놓고 팠던 일을 고백하며 그들의 상처가 어루만져지기 시작한다. 진오와 해일이, 그리고 지란이가 마음을 열며 친해지고 거기에 다영이가 들어오고, 아이들 모습을 바라보는 선생님에게도 조금씩 두터웠던 경계의 선이 지워지기 시작한다.

 

김 려령 그녀의 전작 '완득이'나 '우아한 거짓말'에서처럼 '가시고백' 역시 지금 우리의 아이들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뭉쳐지는 모습으로 행복을 향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읽는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

 

우리의 가장 좋을 시절인 학창시절, 그리고 모든게 가시밭길 이기도 한 그 때, 지나보니 나랑 웃고 울을 수 있는  친구가 있어 그 길을 힘차게도 지나올 수 있었던 듯하다. 대찬 지란, 언제나 웃는 도둑 해일, 욕장이 진오, 꿋꿋한 우리의 반장  다영이. 병아리를 보고 좋아하는 병아리 같은 아이들,

 

지금 자기가 독수리가 다 되어 날개만 펴면 퍼덕이며 어디고 갈수 있을거라 생각하는 울 아이들 맘 속에 있는 가시는 무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가시는 스스로가 아니라면  어느 누구도 뽑아줄 순 없기에 울 아이들에게도 용창느님같은 선생님이 계시길, 지란, 다영,해일,진오같은 친구가 있기를, 그리고 내가 그 아이들의 엄마, 아빠처럼 아이들을 많이 아끼고 사랑하는 부모이길 바라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