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 티비에서 만나게 된 김정운 교수님의 말씀이 재미있어 눈을 떼지못하고 열심히 들어본적이 있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고 큰 소리를 빵빵 치시며, 이 사실은 아내도 알고 있단다. 당연히 책으로 나왔으니 그랬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얘기를 들어보면 ,어른들 말씀처럼, 큰 소리치는 남자의 속내에서  큰 아들보다도 못한 막내아이의 마음을 읽을 때가 있다고들 하시던데, 약간은 (?) 그런 마음이 들기도 한다. 맘에 드는 만년필을 모은다며,  내 일생에 뭘 그리 자주 바꾸며 내 맘대로 할게 있겠냐는  큰 소리에 "꼭 네것 내 것이 어디있어? 그래도 여자들이 왠만한 건 그대들의 마음을 맞춰주려고 하잖아" 라고 해주고 싶지만,  그가 써 내려간 갖가지 남자들이 꺼내놓는 물건에 나 또한 우리 아버지의 물건을 생각해보며 흠짓 하게된다.

 

우리가  크게만 생각했던 그들이 자유자재로 내 것이라고 내놓을 수 잇는 물건이 별로 없었다는 사실,생각해보니 "아버지꺼 빨리 내놔보세요." 하면 울 아버지는 뭘 꺼내놓으셨을까 싶다.

 

 오늘날 우리의 아내들은 더이상 남편들을 위해 밥을 짓지않는다는 부분에선   찔리는 부분이 있기도하다. 예전 우리 어머님들은 분명히 아버지만을 위해 따뜻한 밥에다가  뭔가 하나씩 준비된 별식을 가지고 계셨는데, 지금의 우리는 그들을 위해서 시대가 좋아진고로 어느때고 따뜻한 밥이야 당연히 있지만 별식을 준비해놓지는 않는 듯이 보이기에 말이다. (일상의 밥상이 사실 별식이기도 하지않을까~~하는 변명을 늘어놓고 싶지만)

 

예전 아버지들은 어쩌면 당당하게 밥상을 내밀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밥상이야말로 가족사이에 아버지의 커다란 자리를 만들어 주었기에  아버지, 혹은 남자들이 꺼낼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자기 물건일수도 .. 있겠다는 생각에.. 그러니, 살짝 미안해지긴 한다.

 

아저씨라는 이름에 걸맞는 나이의 남자들이 꺼내는 이야기에 살짝이나마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게된다.  여자들은 시간을 상자에 담으려 한다는데, 남자들은 어디에 뭘 담으려고 했을까?  김 정운 교수님이 만난  이들이 제각기 꺼내놓는 생각지 못한  물건의 내용이 궁금해진다. 우리나라 최고의 지식인인  이 어령님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지식을 그의 책상에 담는단다.  남자의 책상에는 다리가 달렸다는 말이 이해가 될듯 하기도 하지만 .. 한국에서 가장 큰 책상을 만들고 싶었다는 소원답게 아마도 제일 크고 복잡하지않을까 하는 책상에서 보내는 시간을 너무도 흐뭇해하시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멋지기도 살짝 웃음이 나기도 한다.

 

신영복님의 벼루나 문재인님의 바둑판, 안성기님의 스케치북에선 왠지 남자에게서 나는 향이 묵향일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17년째 똑같은 면도기만 쓰신다는 이왈종님이 내놓은 면도기의 사연엔 오래된 시간도 바꾸지 못한  의리를 느끼며 조금은 다른 단단한 마음을 느껴보기도 할수 있었다. 자신의 물건이라며 하나씩 꺼내놓는 이들을 보며 거친줄만 알았던 그들의  그 많은 시간을 단련시킨 건 물건을 통해 자신에게 수없이 되뇌이던 자기만의 결심이지않았나 해본다.

 

 이젠 "물건을 통해서라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꺼내보자. 그리고 행복해지자." 고 하는 김 정운 교수님의 말처럼 별다른 삶의 이야기가 없다 생각하는  남자들에겐  자신만의 멋진 물건 하나씩  만들어 힘을 내라는 이야기이고, 이 글을 읽는 여자들에겐 물건이 없다면 따뜻한 밥상의 위로를 주라는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누구에게라도 애착이 가는 그런 물건들이 하나이상씩 있지않을까?

이제부터라도 그 물건에 길을 내보자. 언젠가 손 때 묻은 그것의 광채가 또 다른 이야기를 나에게 만들어 줄 수 있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