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 옆집에서 일어나고 있을법한 여섯 가족의 이야기들을 유쾌하지만 매섭게
 써 내려간 <오쿠다 히데오> 의 "오 해피데이"는  다른 전작들과는  또 다른,  읽으며 피식 웃게 만드는 내용이다.

"sunny day" 는  어쩌다 올린 인터넷 경매에 푹 빠져버린 귀여운 노리코 아줌마 이야기이다.
 남편이나 아이들에게서 예전처럼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재미없는 삶에 심드렁하다가 인터넷 사이트에 물건을 올린 후  구입자가 판매자에게 남긴 "타인의 칭찬"에 갑작스러운 기쁨을 느끼게 되고,  그 기쁨의 중독으로 집안 곳곳을 뒤져나가다 드디어는 남편의 추억어린 물건마저 눈독을 들이게 되는 이야기인데, 너무나도 익숙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돌아보지 않는 우리를 꼬아주는 건 아닐까?

"우리집에 놀러 오렴" 에서는 갑작스런 부인과의 별거로 혼자 남게 된 집을 예전 총각때처럼 꾸미며 자유를 느껴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 결혼 전에는 자기 방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꾸몄지만, 결혼 후에는 서로를 위한 공유의 공간으로 꾸며간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였을까?
혼자남은 남자는 추레해질것이라는 통념을 깨고 ’독신자의 특권’을 제대로 누리는  다나베는 나 역시도 약간은 충격이다. 살아가면서 여자든 남자든 자신의 것을 잃는 것일까? 아님 집에서만큼은 그들의 이야기대로 여자가 주도권을 쥐는 것일까?
서로가 빼앗긴 부분이 많다고 투덜대며, 내가 사랑했던 상대방을 잊어가는 우리에게 다시 상대만을 바라보라는 얘기를 해 주는 듯하다.

"그레이프프루트 괴물" 에서는 부업때문에 자신의 집에 들려야 하는 남자를 상대로 제멋대로 상상하기를 하는 히로코 이야기.
이것도 너무나도 익숙해진 서로때문에 벌어지는 일이 아닐까?

"여기가 청산"에서는 갑작스런 실직을 하게 된 유스케가 집에 있게 된 것을 답답해 하지 않고
가족을 위한 메뉴를 성심성의껏 기쁜 맘으로 차리는 그에게 다른 이들은 "세상 도처에 청산이 있다"며 다른 일을 권하지만 그에겐  집안일이야말로 청산였으니,저마다의 소질이라는 게 있다는 말이 맞기는 하나보다.

"남편과 커튼"  언제나 불안 불안한 팔랑귀 남편때문에 마음을 졸이는 하루요.
그의 사업이 바뀔때마다 그녀의 신경은 곤두서지만 태평한 남편의 사업이 잘 되면 또 금방 행복해지는 그녀를 보며 부부란 이런게 아닐까 해본다.
다시금 속아주는 것, 그리고 기다려주는 것..

"아내와 현미밥"에서는 요즘 유행인 친환경제품으로 먹거리며 주변을 채우는 아내나 이웃을 풍자하는 글을 쓰려는 작가  야스오의 이야기,
얄미워보이는 이웃을 비꼬는 글을 쓰지만 결국 그들 이야기속에 자신의 아내가 있음을 깨닫고 글을 지우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언제나 돌아서면 자리를 지켜주는 아내를 바라보는 그를 보며  부부의 정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오 해피데이"

모두가 익숙해진 우리 집 안에서의 심드렁한 일상이 사실은 빛나는 행복일수도 있다는,
다시 서로를 바라보면 일상이 해피라는 것을,
오쿠다 히데오는 말하는 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