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기능은 무엇일까. 책의 기능을 여러가지로 설명할수있겠지만 가장 큰 기능이라고 한다면 크게봐서 감동과 지식이라고 할것이다. 감동이란것은 유희와도 연결되는데 말그대로 재미를 위해서 보는것이다. 보고나서 기억에 남는게 별로 없다고 해도 보는 그 당시 마음을 즐겁게 하고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면 그 자체가 중요한 기능이 되는게 아니겠는가.

 

그런데 책은 그런 유희로서의 기능보다는 지식의 전달 매체로서 오랫동안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요즘은 책이 아니라고 해도 여러가지로 지식의 전달 수단이 생겨서 그 중요성이 약해진 면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책은 책이다. 활자화된 종이를 넘겨가면서 지식을 섭득하는것도 아직은 중요한 수단이다. 그런데 그 전달 방법에 있어서 늘 문제가 된다. 어떤 지식을 섭득하는것과 그것을 남에게 전달하는것은 다른 문제다.

 

우리나라에서는 똑똑한 사람은 많아도 전달을 똑똑하게 하는 사람은 적어서 같은 내용을 전달해도 무슨말인지 모르게 하는 사람이 많았다. 아마 자기자신은 잘 알겠지만 상대방은 무슨뜻인지 알수가 없는것이다. 특히 이공계 과학분야에서 일반 대중들이 알기쉽게 쓰는 과학책은 그동안 찾기 어려웠다. 과학은 많이 알지만 국어는 별로 못해서 그랬을까. 다행히 요즘에 그 간격을 메꾸기 위한 여러 시도가 있고 몇몇 책들에서는 참 쉽고 재미있게 쓴 책들이 있다.

 

이 책도 그런면에서 칭찬 받을만한 책이다. 과학이 여러 영역중에서 천문학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는 책인데 지은이가 원래 이과출신이 아니라 문과출신이었단다. 어쩐지 글쓰기가 좀 다른듯하더라니. 문과 출신의 지은이가 수년동안 수백권의 천문학 물리학 수학등의 과학책들을 읽고 자신 나름의 해법으로 좀더 쉽게 써 놓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아마 무늬만 한글로 된 과학책을 읽고 어지간히 짜증냈을꺼 같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참 깔끔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우주이야기를 잘 펼쳐놓고 있다. 적절한 에피소드도 곁들이고 여러가지 사진이나 그림등을 동원해서 우주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사실 살면서 하늘을 쳐다보는 경우가 갈수록 줄어들지만 어찌보면 하늘에 대해서 동경하고 또 의문을 품는것은 인류가 생겨난이래로 오랫동안 행해진 행동이 아닐까한다. 밤이 되어 깜깜한 세상에 보이는것은 별뿐인데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자연스럽게 생각하지 않겠는가. 그런 원시적인 의문으로 시작해서 우주 저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그리고 우리 인간은 우주 가운데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 등의 철학으로 발전하고 우주를 알기위해서 여러가지 물리학이나 수학등이 발전하게 되어서 천문학의 발전으로 이어지게 된것이다.

 

이 책은 복잡한 물리학이나 천문학의 수식보다는 우리가 가볍게 생각하는 우주에 대한 생각들을 쉽게 잘 설명해주고 있다. 전체를 5장으로 나누어서 각 장 마다 독립된 토픽들을 연결시켜서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첫장에서는 우주 자체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우주가 얼마나 큰지 그 속에서 우리 지구가 얼마나 작은지 그리고 그 작은 지구속의 인간 자체는 얼마나 또 미약한 존재인지를 먼저 이야기하고 있다. 아마 인간이라는 의식을 버리고 우주 자체에 대한 이야기로 빠져들기 위한 방편으로 처음에 시작한건 아닌가 싶다.

 

별다른 지식이 없는 사람도 느끼는 우주에 대한 기본적인 의문인 우주의 최초와 끝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우주는 그 최초를 빅뱅에서 시작하는것이 다수설이라고 한다. 그럼 빅뱅이전에는? 과학자들은 빅뱅과 함께 시간과 공간이 생겨났기에 그전은 없다고 하는데 사실 그건 정답이 아니다. 정답은 모른다가 아닐까. 시간과 공간이라는 개념도 결국 인간이 생각하는 개념이고 우주를 어떤 절대자가 만들었다면 또다른 개념이 있을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우주의 끝은 모른다가 맞을것이다. 사실 그건 인간이 수만년을 더 살아도 알수가 없을것이다. 인간 능력 밖의 개념이니까. 책은 그밖에 은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은하의 속도와 함께 여러 은하를 이야기하면서 우주 자체에 대한 흥미를 돋군다.

 

2장에서는 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별이란것은 스스로가 빛나야 하는데 우리가 보는 별은 얼마나 떨어져있고 또 어떤 속도로 돌고 있으며 별의 빛나는 강도에 따라서 거리를 측정한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어렸을때 학교에서 배운 공식들이 희미하게 기억난다. 그때 이렇게 재미있게 배웠으면 더 잘 기억이 났을껀데. 부록으로 나오는 우주에서 가장 큰 별 톱10을 보면 그 규모의 어마어마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사실 지구의 크기도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아주 아주 크다. 지구라고 할꺼도 없이 내가 사는 고장의 영역, 시나 군의 영역을 생각해도 내가 느끼는 감각을 초과하는 마당에 지구보다 더 큰 태양을 기준으로 삼았을때 태양이 그야말로 좁쌀로 여겨질정도로 큰 별들이 있다니깐 참 어떻게보면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별의 크기를 측정하는게 쉬운 작업은 아니겠지만 현재 나와있는 기술의 결과로 나타난 별들의 크기는 참 대단했다.

 

이밖에 태양계에 대해서도 여러 위성들과 함께 재미있게 잘 설명하고 있고 태양계 밖의 행성이나 은하 이야기, 그리고 우주의 거리를 어떻게 재는가에 대해서도 어렵지 않게 잘 설명하고 있다. 태양계의 맏형인 목성이 지구의 존재에 큰 영향을 끼쳤고 목성으로 인해서 중력의 균형을 이루게 되었다는것을 알려주는데 새삼 목성에 대한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인상적인 것은 그 유명한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 에 대한 이야기다. 그것이 어떻게 그렇게 찍히게 되었는지 에피소드를 설명하면서 사진을 보여주는데 참 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토록 작은 점에서 이 수많은 사람이 살아가고 있다는것이 참 깊은 울림으로 작용했다.

 

책을 전체적으로 관통하는것은 우리의 별인 지구가 우주상에 얼마나 보잘것없는것인가를 영러가지 시각에서 알려주는거 같았다. 은하에서 차지하는 우리의 위치, 태양에 비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그 태양계조차 은하에 어떤 위치에 있는가 등등을 통해서 우주란게 참 광대하고 우리의 개념을 초월하는 시공간이란 생각과 함께 그속에 있는 지구란 별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가라는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지은이는 아마 좌절하거나 실망하라고 하는것은 아닐것이다. 오히려 그 보잘것없는 작은 입자같은 존재가 수많은 역경을 뚫고 이런 문명을 이루면서 살아가는거 자체가 또다른 기적같은 일이 아닌가하는 것이다. 우리의 위치를 알고 더욱 겸손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소중히 대하면서 따뜻하게 살아가는것이 옳은것이라는 것을 알려주는거 같았다.

 

책은 전체적으로 흥미롭게 재미있게 잘 만들었다. 이정도 글을 정통 과학자가 쓸수는 없을까하는 생각도 해보면서 우주에 대한 흥미를 돋구고 그속에서 지구의 존재를 생각하게 하는 감동과 지식을 두루 전달하는 좋은 본보기의 책이었다. 뒷부분에 가서 어려운 물리학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좀 아쉽기는 했지만 천문학에 호기심이 있던 사람들에게 충분히 훌륭한 길잡이가 될만한 책이다. 이책을 기점으로 좀더 전문적인 책이 나오는 등의 단계적인 책들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천문학에 좀더 쉽게 접근할수 있을것이다. 좀더 나아간 천문학책을 기다리게 되었고 과학자들에게 이런식으로 책을 써보라고 하고 싶었던 책이었다.

 

       <인터파크도서 신간리뷰단을 통해 제공된 도서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