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나는 한국소설을 별로 읽지 않는다. 특히 미스터리나 스릴러를 좋아하는 나에겐 한국 작품 중에서 특이하게 기억에 남는 작품도 없었고, 많이 접해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굿바이 파라다이스>라는 작품을 받게 됐을때, 강지영님의 책은 처음 만나게 된 것이고, 과연 어떠한 이야기들을 들려줄지 예감조차 들지 않았다. 근데 표지에 있는 띠지에서 온다 리쿠의 서늘함, 미야베 미유키의 따뜻함, 오쿠다 히데오의 유쾌함을 완벽하게 재현한 매혹적인 이야기꾼 강지영의 첫소설!! 이라는 문구를 보고~ 워낙 유명한 분들이 나열되어 있어서 죄송하지만 솔직히 너무 띄어주는 것은 아닌지;; 괜히 낚이는 것은 아닌지;; 그렇게 기대반, 의구심반으로 책을 펼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일단 예상치 못하게 짤막짤막한 여러 단편들이 들어있었다.

특히 첫번째 이야기인 <그녀의 거짓말>에서는 시점이 아내와 남편으로 나누어지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각자의 눈에서 지켜본 상황들과 서서히 밝혀지는 결말의 반전이 정말 경악을 금치못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들의 사랑을 지속되게 만들 수 없었던 아내의 빚에 얽힌 비밀과 결국 그 아내의 죽음으로써 아내에 대한 사랑이 되살아난 남편이라던지.. 한 부부의 얽히고 설켜버린 관계 속에 긴장감은 물론 너무나 오싹한 기분까지 들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이렇게 처음 이야기부터 예사롭지 않아 그다음부터 정말 나머지를 어떠한 이야기들일지 하는 생각에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하나의 심장으로 연결되어 있는 등을 마주 붙이고 태어난 샴쌍둥이의 이야기 <하나의 심장>을 읽는 동안은 정말 이 이야기를 길게 만들어 장편으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이 이야기 또한 샴쌍둥이 둘의 각각의 시점에서 돌아가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매일 같이 자고 같이 먹고, 함께 똑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듯 하지만 판이하게 다른 둘의 이야기를 통해 말 그대로 무섭고 잔인한 괴물로 변할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던 것 같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한명이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닥친다면 과연.. 정말 한마디로 무서운 이야기였다고 말하고 싶다. 그 다음 이야기인 <굿바이 파라다이스>는 자살할 수 밖에 없었던 불행한 한 남자의 이야기같지만, 그의 지옥 생활이 끝났다고 말해주는 저승사자를 통한 반전이 정말 마음에 와닿았던 것 같다. 이 이야기를 통해 정말 다시한번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게 만들었달까? 왠지 짠한 감동까지 만나볼 수 있었던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이번 <굿바이 파라다이스>를 통해 오랜만에 한국 문학의 스릴러와 미스터리라는 장르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 같다. 미스터리 스릴러계의 거장인 온다 리쿠나 미야베 미유키, 오쿠다 히데오의 스타일을 완벽하게 재현한 이야기들이 아니라, 강지영 그녀만의 이야기들로 단지, 강지영이라는 새로운 미스터리 스릴러 스타일의 이야기들이 탄생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 정도로 이야기 하나하나들이 모두 어느것도 빼놓지 않고, 탄탄한 구성력와 이야기 전개가 절대 다른 외국 단편들에 귀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다시한번 이야기들에 더욱 살과 뼈를 붙여 장편으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굿바이 파라다이스>를 통해 그녀의 이야기들에 흠뻑빠져, 앞으로도 그녀에게 큰 기대를 해보며 좋아하는 우리나라 작가가 한명 늘어난 것 같아 기분좋게 책을 덮을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