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그동안 너무 책을 사들이기만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책장에 꽂힌 책들을 다시 읽어보기로 하고, 이 책을 2년만에 다시 집어든 거였다.

다시 책을 읽으면서 2년 전 그때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구절들이 마음에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나 자신에 대해서도 곰곰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정신분석전문의가 '문학적 향기를 가진 정신분석서'라고 평한 이 책은

심리학의 여러 조각들, 투사, 중독, 우울, 동일시, 콤플렉스, 자기애 등을 다루는데, (비전문가인 내가 보기에) 비전문가가 전문가에 못지 않은 전문적 이야기들을 개인적 경험에 잘 녹여냈다.

처음에는 차례에서 먼저 읽고 싶은 부분을 골라 읽었더니 글의 연계성이 안 살아났다.

심리학 기제들이 작가의 유럽여행기(주로 이탈리아와 동유럽)와 얽혀 있으므로 차례대로 읽는 것이 전체적인 이해에 도움이 된다.

 

성격적 특성을 어릴 적 기억과 연결짓는 내용이 많은데, 어린 시절, 엄마에게서 떨어져 할머니 손에서 양육되었던 작가에게는 프로이드의 이론이 아주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엄마와 함께 할 수 없었던 그 기억이 작가에게는 오랫동안 마음의 상처가 되었던 듯.

한 인간의 심리학적 특성의 많은 부분이 유아기 시절 엄마와의 관계에서 연유되기야 하겠지만, 어차피 부모들도 완벽한 인간이 아니니까, 모든 것을 유아-엄마 관계로 풀어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그래도, 공감 가고 가슴에 닿는 부분들이 많아 많은 부분에 표시를 해가면서 진지하게 읽고, 또 요새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던 마음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서,

"그럼 과연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하는 걸까" 싶다.

이래도 문제, 저래도 문제이니까. 과연 심리학에서 지향하는 완전한 성격이란 어떤 걸까.

(심리학적으로는 아마 지금 이렇게 완전한 성격을 추구한다는 것 자체도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ㅋㅋ)

 

 

나이가 들면서 심리학이 아주 재미있는 학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학문인 것 같다.

이렇게 흥미있는 주제들을 다루는 책을 읽고 나면, 나도 학문을 하고 싶어진다지.

그런데 책을 읽을 때마다 하고 싶은 학문들이 시시각각 변한다는 것이 문제.

미술사학이나 심리학을 부전공으로 했으면 좋았을걸. 생각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