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코트 주식회사의 사장이자 유일한 사원(?)인 조동우는 믿었던 친구에게 처절하게 배신당하고 수년을 감옥생활을 한 뒤 아무것도 가진 것 하나 없이 세상에 내팽겨쳐진 남자였다. 건강한 몸 하나가 전부인.

 

그런데 이 남자, 사람이 참 착하다. 이러니 어찌 사기를 안 당할 수 있고, 믿는 도끼에 발등 한번 안 찍힐 수 있었겠냐 만은 그를 인생의 낙오자가 될 수 있는 상황속에서도 다 시 일어설 수 있는 발판을 만든 것 역시 그의 그 착한 천성이었다. 아니, 엉뚱하다 못해 기막힐 정도인 초긍정적인 성격인가.

 

'넬'이라는 운명의 여자를 만나면서부터 시작된 그의 에스코트 일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그는 때론 보디가드가 되어 지켜주고, 어떤 때는 고양이를 돌봐주고, 자살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를 하거나 엄마를 꼬셔달라는 딸의 발칙하고도 황당무계한 부탁 등을 들어주면서 그 자신과 함께 그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나비효과가 일으킨 파급처럼... 사필귀정이란 말처럼....

 

아무리 돈 없으면 바보가 되고, 돈만 주면 뭐든 다 되는 세상이라지만 삶의 중요한 진짜 진리는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다. 돈보다도 사람이 우선이라는 그 진리의 말은 여기서도 빛이 났다. 인연을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고 성심을 다한 그는 결국 자신의 인생 2막을 새롭게 펼칠 수 있게 되지 않았는가.

 

하얀 페인트칠이 금방이라도 벗겨질 것 같은 책의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면 그곳은 이제 막 출항하려는 천사호 눈앞에 나타난다.

"에스코트 주식회사 조동웁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114의 친절한 전화 안내처럼 따뜻하면서도 편안한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해 나도 모르게 무언가를 부탁하고 싶어진다. 다소 엉뚱한 부탁이라도 그라면 기꺼이 들어주리라는 알 수 없는 믿음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