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내게 마루 밑 아리에티는 따뜻하면서도 아기자기한 감성을 선물해 주었다.

10cm의 작디 작은 아리에티는 교외의 오래된 마루 밑에서 인간들의 물건을 빌려 쓰면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인간에게는 소량이지만 소인인 그들에게는 몇일 동안 살아갈 식량이 될 정도라서,

조금씩 빌려 써도 눈치를 채는 것이 힘들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그렇게 마루 밑에서 살아가던 이들을 발견한 건 저택으로 요양 온 인간 소년 쇼우.

그렇게 둘은 우정을 쌓아가지만, 그 과정이 결코 만만치 않다.

오히려 아리에티에게는 위험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마루 밑 아리에티는 어린 시절 읽었던 엄지공주 속 주인공인 엄지공주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훨씬 발랄하면서도 생존력이 강해서 아리에티를 보고 있으면 강한 긍정의 힘이 나도 모르는 새에 불끈 생겨나곤 한다.

이 작품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림체에서 묻어나오는 깜찍함과 더불어

OST의 신비스러움이 한몫을 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극장에서 애니메이션을 보고 나오는 길에 내내 마음을 떠돌던 OST의 다양한 곡들.

한편의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는데 있어 많은 노력과 정성이 들어갈 수 밖에 없는 게 사실이지만,

그중에서도 극을 추억하게 하는 건, 귀를 사로잡은 음악의 힘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내가 인간으로 살아온 시간이 좀 있기 때문에,

소인이라는 존재 자체가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소인에게 있어 인간이란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들에게는 우리가 낯선 존재일 테니까.

분명한 것은, 어느 한 존재를 배척할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감싸 안아 공존한다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기에, 인간이라는 둥, 소인이라는 둥,

존재를 분류하며 애써 다름을 인식할 수 밖에 없는 거겠지.

아리에티와 같은 소인을 만난다면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공존이야말고,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일 테니.

오늘은 날씨도 흐리고 온몸이 으슬으슬 추워서 그런지 

마루 밑 아리에티 속의 따스함이 그리워질 수 밖에 없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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