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서적 읽기를 조심하라. 잘 못 인쇄된 활자(misprint)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                                                                                               - 마크 트웨인 

좀 섬뜩하게 느껴지지만 사실이다. 마크 트웨인 시대에선 misprint 였지만, 현 시대에선 활자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misinformation으로 이름 붙여야겠다. 의학이란 것이 원래부터 불량스러운 존재는 아니었다. 의학의 역사를 더듬어볼 때 시작은 순수했다. 병든 자와 약한 자를 돌보기 위한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물론 중세에 들어 다소 주술적인 면이 추가되면서 문제점을 발생하긴 했지만, 지금처럼 추악한 탐욕과 돈에 정신을 팔지도 않았었다.  

 

책에서 언급된 내용은 아니지만, 최근 의학 관련 소식 중 희귀성질환이 점차 건강보험 혜택에 등재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가족 중 희귀성질환에 고통을 받는 사람들에게 한 가닥 희망을 안겨주게 된 것 까지는 좋은데, 막상 그 희귀성 질환을 치료하는 약을 제조하는 미국의 모 제약회사에선 국내에 공급을 계속 미루고 있단다. 공공연하게 알려지고 있는 그 이유는.. 그 제약회사가 우리나라 정부를 길들이고 있다나?  약값을 올리던, 공급하는 조건으로 추가 옵션을 걸려고 하던.. 둘 중 하나 또는 둘 다의 이유일 것이다. 여기에도 결국 돈이다. 큰 나라의 큰 제약회사라면 상대가 세계인지라 거래액은 천문학적인 숫자일 것이다. 그 천문학적인 숫자 속에서 진정한 휴매니티를 찾아보겠다는 생각자체가 넌센스 리라. 이것이야 말로 진짜 나쁜 의학, 불량 의학의 단면이다. 

책 이야기로 들어가 본다. 저자는 공중보건학 전공자이다. 책 속에서 다루고 있는 분야는 폭이 넓다. 다이어트, 우유, 생수와 수돗물, 흰머리, 대머리, 상어 연골 등 의학보다는 일반 건강관련 소재에서부터 두뇌, 눈, 혀, 간 등 인체에 관한 이야기. 기억력, 노화, 수면과 유전 등 다소 의학적인 분야 등. 

모든 사물에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공존한다. 밝은 면만 보다보면 눈이 상하고, 어두운 면만 보면 마음이 상한다고 생각이 든다. 

나의 관심이 머물렀던 부분은 유기농에 관한 부분이었다. 유기농은 지속 가능한가 ․․․ 유기농의 허와 실 /  '유기농‘이란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도시 아이들에게 이 말은 농촌을 대표하는 의미로 이해되곤 한다. (중략) 저자는 유기농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분위기만큼 그렇게 목가적인 분위기만이 아니라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유기농은 그저 대규모 비즈니스이다. 호라이즌(Horizon)이라고 하는 회사는 콜로라도 주에 있는 본사에 앉아서 전체 유기농 우유 시장의 70%를 좌지우지한다. 유기농 우유를 생산하는 숱한 젖소들은 일정량의 우유를 생산해내는 젖소 로봇처럼, 감금당한 채 종일 햇볕 한 줌도 쬐지 못하고 하루 세 차례 착유를 당한다. 유기농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딱하나, 유기농사료를 먹인다는 것이다. 그럼 유기농 채소류는 ?  채소라고 다를 리 없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농부 다섯 명이서 나라 전체가 소비하는 유기농 식품의 절반을 재배한다. 유기농 작물 바로 옆에서 일반 농작물도 재배해가면서‘유기농 식품’ 회사에서 수매해가는 양이 해매다 늘어나기 때문에 이들 농부들이 팔아치워야 하는 양도 매해 늘어난다. 유기농 작물을 공급하는 농장의 규모가 일단 커지면 소비자들은 그 식품이 진짜로 유기농 작물인지 판단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정말 그 식품이 유기농 곡물을 먹고 풀밭에서 뛰어노는 젖소의 배설물, 즉 유기농 비료로 비옥하게 자란 농작물로 만든 것인지, 정말 바로 옆의 일반 농작을 하는 농장에서 화학 비료가 흘러 들어가지 않은 것인지 말이다. 

도대체 ‘유기농’이란 무슨 의미일까? 화학자들은 이 말을 들으면 낄낄거리고 웃는다. 왜냐하면 엄밀하게 말해 세상에 유기농 아닌 식품이 없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유기물은 수소와 탄소 원자의 사슬, 즉 탄화수소를 포함하는 물질을 가리키는 말이다. 살아 있는 모든 유기체는 유기물이다. 가솔린도 수백만 년 동안 부식된 유기 물질에서 온 것이므로 유기물이다.  (p.60, 61) 

 저자는 책에서 대체의학도 화제에 올렸다. 자석요법, 동종요법, 아유르베다, 아로마테라피, 접촉요법, 기공, 파룬궁, 허브 등. 나는 대체의학을 사람에게 적용할 때 과감하게 버려야 할 것은 버리고, 순수한 원래의 취지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취지는 현대의학에서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난감한 질환들을 치료하는데 힘을 보태거나 약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을 돌보는 데서 벗어나지 말아야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대체의학은 건강보험이 주류를 이루는 의료계에서 비급여(건강보험과 관계없는 일반 숫가)부분의 수익 향상을 위한 도구가 되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위에 언급된 대체의학 분야를 모아서 ‘주술사의 귀환’이라고 이름 붙인 점에 대해서는 찬성을 못하겠다. 저자 자신이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고 중립에서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을 독자에게 보여 주고 싶은 의도는 높이 사겠지만, 실제로 시소 가운데에서 중심을 잡고 오래 서 있기는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불량의학, 건강서적, 유기농, 대체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