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8일 / 우주왕복선 엔데버 호 / 미국 유타 주 공장에서 플로리다 주의 미항공우주국 발사대까지 기차로 옮겨야만 하는 추진 로켓은 열차터널을 통과하기 위해 열차선로 폭에 맞춰 설계되었다. 선로 폭은 4피트 8½인치 / 전 세계 철도의 60%가 이 표준궤간을 따른다. 즉, 우주로켓은 열차선로 폭에 맞춰 설계되었다는 이야기. 그럼 열차 선로 폭은? 2,000년 전 유럽을 정복한 로마군은 로마전차 폭에 맞춰 유럽 전역에 도로를 건설한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말 두 마리가 끄는 로마전차.. 이후 유럽의 표준도로는 말 두 마리의 엉덩이 폭에 맞춰 약 4피트 9인치로 설계 되었다. 우주왕복선의 추진 로켓은 말 두 마리의 엉덩이 폭에 맞춰 설계 되었다! 라고 마무리 된다. 

언젠가 EBS TV에서 나레이션 없이 음악과 화면, 자막만 나오는 특이한 분위기의 한 프로그램을 접하면서..음!...그렇구나!..라고 마음속 맞장구를 친 적이 있었다. 지금 기억을 더듬어보니..EBS 지식채널 ⓔ 라는 프로그램이었다. 2005년 9월에 기획, 편성되어 일주일에 세 편씩 방영되었단다. ‘e'를 키워드로 한 자연(nature), 과학(science), 사회(society), 인물(people)등 다양한 소재를 5분 동안 다뤘다고 한다(프로그램을 자주 못 본 관계로..) 그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현재1~6권까지 출간되었다. 내가 읽은 책은 ④권이다. 

그렇다고 위에 인용한 내용처럼 ‘골든벨’ 분위기의 지식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다. 의외로 넓고 깊다. 필화(筆禍)사건 - 1910년10월 조선의 유학자 황현이 조선총독부에 의해 받은 탄압, 장준하의 [사상계]. 김지하의 「오적」, 연대신학과에 재학중이던 박영창의무협소설「무림파천왕」을 기억하시는지? 나비효과(Butterfly Effect). 우울장애(Depression). 왼손잡이. 최초의 컴퓨터 등에 어떤 이야기가 ? 스피노자가 등장하는 two jobs의 속사정. 이소룡. 해녀들의 삶. 삐삐(말괄량이 삐삐가 아닌 무선호출기 삐삐)를 지나 이젠 안 갖고 다니는 사람이 천연기념물이 되어 가는 셀 폰에 얽힌 이야기. 한센인. 1965년 한일협정 과정~후의 어처구니없는 나라행정. 아고라. 미네르바. 

그냥 나열식 이야기만 전개되는 것이 아니다. 독자에게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며 나아가 미래의 모습까지도 내다보는 시야를 간간히 열어주고 있다. 현 사회와 정부, 나라 살림을 맡은 관리자들에게 따끔한 말도 아끼지 않는다. ‘대한민국 대법원 청사에 놓여 있는 정의의 여신상(디케)은 다른 여러 나라들의 예와 달리 의자에 앉아 있으며, 눈가리개 없이 두 눈을 번쩍 뜨고 있다.’.- 다른 나라는 정의의 여신상이 서 있고, 눈을 가리고 있다는데.. 디케가 눈을 가리고 있는 의미에 대해 금태섭 변호사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법은 단순한 공정성의 의미를 넘어 아무리 진실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더라도 때로는 틀릴 수 있으므로 법은 깨지기 쉬운 유리처럼 위험하고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확대해석한 바 있다.  

 

보너스 - 각 프로그램마다 음악이 깔리는데..그 음악을 선정하기 위해 이미성 음악감독이 날 밤 샌 적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단다. 그 음악 재킷과 간단 해설을  책 말미에 실었다. 장르를 뛰어넘는 많은 음악들. mania들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하다. 타임캡슐에 넣고 싶은 책이다. 

EBS 지식채널ⓔ 제작팀에게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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