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문장은 아니지만 글에서 느껴지는 담담함이 단숨에 나를 사로잡은 책이다.

글 속 주인공 주변의 M, J, 물고기, 사장님은 모두 특별, 아니 유별나 보였다.

몹시 평범한 주인공과는 달리 조금은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속세와는 동덜어져 보였으니까.

특히 물고기와 사장이 어쩐지 공감되었는데,

물고기는 주인공이 일하던 편의점 근처의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자신은 세계 여행을 떠날거라고, 지금 이곳에는 잠시 머무르고 있는 것일 뿐 정착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인연을 깊게 맺지도 않을 것이라고.

그런 물고기를 J는 좋아했고, 물고기도 J에게 호감은 있다.

J는 주인공과 같은 편의점에 일하는 남자다.

J가 물고기에게 고백하던 날, 물고기는 자기의 신념을 지키고자 결혼했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어느날, 주인공은 사장에게 J가 죽었다는 소리를 듣는다.

J는 자기는 언젠가 절에 들어가 살 거라고 말하는데, 그 죽은 건 이제 절로 갈 때라고 생각해 편의점을 그만 둔 후였다.

지인이 죽었다는 소식에 주인공은 적잖이 충격을 받는데

J와 같은 차에 있던 젊은 여자가 물고기라는 사실에 또 한번 충격을 받는다.

물고기는 죽지 않고 의식불명의 상태였다.

사장은 한때는 잘나가던 회사의 잘나가던 직원이었지만

어느날 홀연히 그만두고 편의점을 차렸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충격을 받았던 건, J의 죽음에 아무렇지 않게,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사장에게

주인공이 "살았으니까 그런 말을 할 수 있다"고 버럭하며 화를 내는 장면이었다.

조용하게 진행되던 스토리에서 갑자기 그렇게 삐져나온 못처럼 혼자 격한 그 하나의 장면이

조금은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주인공의 말고 공감이 되었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니까. 무엇이던지.

이 책의 작가는 87년 생으로 나와 나이차도 별로 나지 않는다.

원래 작가의 프로필을 챙겨보는 스타일은 아닌데

자기 나이에 맞는 상황 구성 같은 것도 있어서

장면 묘사라던가, 그런면에 있어서는 나의 감성과도 맞았던 것 같다.

나도 혼자서 글을 쓰고 있는데 너무 어렵게 생각할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해주었다.

주변을 잘 고나찰하고 묘사할 능력이 있음 되지 않을까.

제법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