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지기들의 든든한 동반자 "도시 농부 올빼미의 텃밭가이드" written by 유다경(올빼미)

1. 첫만남
매일 매일 전쟁을 치루듯 했던 사업에서 손을 떼니 갑자기 시간이 정지된 것 같았다.
머리속에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헝클어진 채 하루 하루 흐르고 있었다.
따듯한 5월 봄날 머리도 식힐 겸 밭을 조그맣게 일구기 시작했다.
사무실에서 몇년을 운동도 하지 않고 주야로 일했더니 삽으로 10분만 밭을 일궈도 땀이 비오듯 쏟아졌고, 숨은 몰아 쉬었다.

처음에 가장 쉽게 지을 수 있는 농사가 고구마라 했다.
성격이 꼼꼼한 나는 고구마를 심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고구마 씩이나 심기 위해 검색을 하다니 시골개가 지나가다 웃을 일 같았다. 첫 농사기에 심었다가 모두 죽으면 어쩌나, 고랑 이랑은 어떻게 해야하나, 비료를 줘야할지 퇴비를 줘야할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이 생각나서 컴퓨터로 고구마재배(표준영농교본)를 보기 시작했다. 깜놀한 것이 쪽수가 무려 372쪽이었다. 고구마 씩이나가 아니었다. 처음 에는 흥미가 나서 읽었는데 점차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농사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보는 책을 텃밭 일구려는 사람이 보고 있으려니.. 조용히 화면의 창을 닫고 눈을 감았다.

안정을 찾고 이리저리 흘러흘러 다니다가 우연히 "올빼미 화원 블로그"(http://blog.naver.com/manwha21)에 들르게 되었다. 우째 꽃 얘기보다 작물재배 얘기가 더 많냐 하며 슬렁슬렁 글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런! 빠져들기 시작했다. 올빼미화원에는 나처럼 빠졌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나의 첫농사 주제 고구마는 싹 잊어버리고 올빼미님이 재배하는 작물이야기를 하나하나를 신나게 읽었다. 사진과 친절하고 세심한 설명, 사진으로 부족하면 삽화를 넣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식이 쏙쏙 들어오게 설명이 너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고구마재배(표준영농교본)를 보면서 이해가 되지 않던 부분도 쏙쏙 이해가 잘 되었다.

2. 도시농부 올빼미의 텃밭가이드
"잘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라는 공자님의 말씀이 있다. 이 책은 재미가 있고, 재미를 찾아주고,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이책에는 블로그에 올린 내용들이 그대로 녹아 들어있다.(저자의 얘기로는 블로그에 있는 글 내용 50%를 정리하고 새롭게 쓰신 것이 50%라고 합니다. 읽어보니 블로그에 없는 새로운 좋은 내용들도 많습니다.)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컴퓨터를 키고 올빼미 화원에 들어오기가 번거로워 작물별재배를 인쇄해서 보기도 했는데 이제 이책만 보면 언제 어디서나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책 뒷면에 "옆에 두고 언제든지 들춰보는 텃밭지기를 위한 농사 책!" 이라는 문구가 팍 와 닿는다. 책장을 넘겨 올빼미의 텃밭이이야기의 삽화를 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이책을 다 읽고 이 페이지를 보면 아마 나처럼 웃음이 절로 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살짝 힌트를 주자면 왼쪽편에 살짝 눈을 감고 있는 고라니이다.

양쪽면에 걸친 삽화를 보면 저자의 꼼꼼하고 섬세한 성격을 알 수 있다. 이 삽화는 그냥 그린 것이 아니고 저자의 작물배치도이다.(112쪽)(이책은 저자가 글, 그림, 사진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나팔불어 만든 책이다. 물론 책은 시골생활에서 편집하고 출판한 것이다. 블로그에 자주 등장하는 이름인 고유진님이라는 분이 편집에 많은 도움을 주신 것 같다.)
저자가 삽화를 그리지 않고 다른 이가 그렸다면 이 삽화부터 어글어지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차로해서 잎도 먹을수 있는 야콘, 옆에 익어가는 옥수수, 사이에 눈감고 있는 고라니, 요즘 인기 한창인 울금, 가지 등등..


이 한장만 봐도 텃밭을 어떻게 해야할 지 길을 터준다.
한장한장 넘기면 주말농장해왔던 저자의 기록들이 보인다. 시작하게된 계기, 감회, 얻은 것들, 그리고 소중한 잠언.

주말농장 풍경 삽화를 보면 저자의 모습이 보인다.(삽화중 저자는 멜빵바지에 꽁지머리를 하고 있다. 짧은 파마머리 했을 때도 보인다.) 오지랖넓게 불량 옆밭지기들에게 참견했다가 핀잔듣는 모습, 새댁에게 나눔하는 모습등등..

이 책 내용 하나 하나 소중하지만 삽화가 백미다.
한장 더 넘기면 주말농장의 아쉬운 모습들이 축약되어 나온다. 직접 사서 삽화 보시라. 올매나 재미진지.

3. 주말농장시작하기(주말농장선정, 흙 이해, 씨앗이야기)
OO카페 추천도서, 회원 십만명이 열광한 OO의 요리법 등등 서점에 가보면 자주 눈에 띄는 부제들이 보인다. 흡족했던 것도 있었지만 거창한 제목에 비해 건질만한 내용이 없는 책도 있다.
올빼미의 텃밭 가이드는 펼치면 레시피(가이드)가 수도 없이 쏟아지는 이름만 거창한 책과는 사뭇 다르다.

초보 텃밭지기들이 어찌보면 지루해 할 수 있는 흙, 퇴비 이야기 등을 초반에 다루고 있다.
무작정 호미하나 삽하나 들고 텃밭으로 달려갈 초보들에게 가기전에 좋은 조언들이 많이 들어있다. 이른바 개념 텃밭을 위한 머리속 텃밭부터 정리하는 것이다.
약간 지루하게 생각되는 곳이 있다면 그 부분은 과감하게 넘어가라고 하고 싶다. 재미있는 부분부터 읽고 이부분은 다시 읽으면 된다. 중요한 개념들이 들어있으니 건너뛰고 나중에도 안읽으면 본인만 손해다. 단! 급히 주말농장 분양 받아야 할 분이라면 ’주말농장구하기’부분 보시면 된다.

저자는 종묘상에서 씨앗사서 잘 뿌리면 된다는 주의가 아니다.
씨앗을 샀을 봉투 뒷면에 적혀있는 내용도 잘 설명 해주고있다. 씨앗을 사면 봉투에 엽색, 생육, 엽병, 추대, 기비, 시비, 노지 등등 알지 못하는 용어들이 많이 나온다.
추대(누가 선거 나가나..), 기비(이미 있는 노비), 시비(곁에서 시중드는 계집종) 내 멋대로 머리속에서 아는 한자를 조합 해서 만들어 본다. 당연히 전혀 관련 없는 연결고리인 것이다.
텃밭농사 씩이나 진다고 국어사전 펼치고 공부하고 있으면 주위에서 비아냥 거릴 인간들이 하나 둘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삽 한번 안 떠 줄 인간들이 말이다.걱정마시라, 올빼미님이 친절히 다 설명해 줬으니 말이다. 이 책하나면 다른 것 필요없고 텃밭농사 OK인 것이다.

4. 주말농장(텃밭) 하기 전 근심.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이다.
특히 바람불면 쓰러질 것 같은 연약한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분들에게는 올빼미님이 비법을 알려준다. ’텃밭은 힘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 이름이 유다경 아니던가. 여성이 쓴 책이라는 것이다. 여성의 관점에서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책 전반에서 보여주고 있다. 초보들이 주말농장(텃밭) 하기 전에 겪는 심리적 고민들을 잘 풀어나갈 수 있다. 책이름이 가이드 아니던가.
걱정은 집에두고 호미들고 나오시라.

5. 텃밭 다섯 평을 오십 평처럼 써먹는 비법! 파종에서 재배, 수확에서 갈무리 까지
 투기회사의 문구처럼 허무맹랑하게 보이는 부제가 믿음이 가는 건 왜일까.
정말로 이책에는 오십평처럼 써먹는 비법이 있다.
상추얘기를 해보자.
이 책에는 전원생활카페(귀농카페)를 가보면 등장하는 흔한 장면이 없다. 그 장면중 하나는 남자들이 둘러 앉아 상추에 삽겹살 궈먹으며 신나게 이슬이를 얼굴이 벌그레해지며 먹는다.(꼭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남자들 모이면 군대얘기, 축구얘기,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 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리하면 아내들 안좋아한다. 저인간 때문에 텃밭 때려쳐야 겠다라는 얘기가 슬슬 나오기 시작한다. 사실 텃밭을 꿈꾸는 남자들의 재미가(나를 포함해) 친한 친구들과 상추에 삽겹살 얹어서 이슬이 한잔하는 것이 낙이 아니던가.

평소 쌈싸먹는 거라고는 상추밖에 모르는 나도 상추만 잔뜩 뿌릴 뻔 했다. 상추씨 사면 얼마나 많이 들은 건지 초짜들은 감이 안 잡힌다. 이 쪼그만 봉투에 들은 씨앗을 뿌리면 얼마나 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걱정마시라 저자가 쪽집게 강사처럼 알려주니까.
저자는 친절히 다양한 쌈채소도 소개하고 있다. 어떤 맛이 나는 지, 식감은 어떤지 까지.. 우리는 입맛대로 골라서 씨앗을 뿌리면 되는 것이다. 아내를 쌈밥집에 데려가서 어떤 쌈채소가 맛있는지 물어 본 다음 아내 전용 쌈채소도 길러보기 바란다. (쌈밥집 가면 쌈채소 이름이 벽면에 있음) 우리남편 쵝오 라는 말도 들을 수 있고, 친구들과 다양한 쌈채소와 삼겹살 이슬이를 지속적으로 나눌수 있다. 기브앤 테잌!

6. 작물별 재배법
저자의 분류 방법이 아주 독창적이다.
쌈채소, 반찬류, 김치류, 식량채소, 열매류, 허브류 등으로 나눈다.
주말농장(텃밭)에서 저자가 주창하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위한 근간이 되고, 무려 64종에 이르는 작물을 재배하는 비법이 여기에 있다. 철저히 준비해서 실행하면 저자처럼 다양한 먹거리를 얻을 수 있다.

그중 작물별 재배법중 오이를 살펴보자.(353쪽)
오이 라는 제목옆에 오이 가시가 이렇게 따가울 줄이야 부제가 붙어 있다. 흠 재배시 조심해야 겠군. 재배난이도, 해충피해, 추천도 가 제목밑에 자리잡고 있어서 시도해볼만한 난이도 인지 아닌지 알수 있다.(어려운 난이도 작물이라도 올빼미님 가이드 따라하면 재배할 수 있으리라)
오이에 대한 설명이 친절히 나온다. 설명밑에는 오이재배력이 보기 쉽게 되어 있고 오이의 성장과정도 나온다. 

이 책이 구성이 알찬 것이 갈무리된 작물별 이용법(저장법)이다.
다다기오이 오이 소박이, 조선오이 김치, 노각무침 등등 입에 침이 고이게 한다.
조선오이 김치 담그기에 보면 씨는 제거하라는 설명까지 저자의 노고가 한땀 한땀 들어있다.
이거 가져와서 어떡하라고 타박하는 사람에게 레시피 보여주시라.

7. 마치며
이책은 텃밭지기들에게만 필요한 책이 아니다.
이시대를 살아가는 모든이 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간접체험 자료이다.
우리의 먹거리가 어떻게 심어지는지 자라고 우리 입으로 들어오기 까지의 과정이 자세한 사진과 삽화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올빼미님의 유명한 방울토마토의 곁순따기는 교과서에도 나온다.(웅진 씽크빅 중학교 생활국어 44쪽) 농촌진흥청같은 곳에서 올빼미님이 책을 낸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한적도 있다. 저자는 쉽게 그리고 가려운 곳을 콕콕 잘 집어 주는 특별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아주 다행스럽게 시골생활이라는 출판사에서 아주 멋드러진 작품이 나왔다. 아마 농촌진흥청에서 나왔다면 식상하고 딱딱한 책이 되어 버렸을 수도 있다.
니어링 부부의 조화로운삶 도 알게 해줬고 늘 즐거움을 주는 저자 유다경(올빼미)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한가지 걱정거리가 생겼다. 올빼미님 너무 너무 바빠져서 재미있는 글들이 잘 올라오지 않으면 어떻하나, 책이 날개 돋친듯이 팔려 인지세로 땅 사서 전업농이 되버리면 바뻐서 글도 잘 못 올릴텐데..
그렇게 되면 "전업농 올빼미의 농사가이드 쌈채소편"을 시작으로 시리즈 물이 나올테니 더 좋을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