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여러명의 저자가 함께 쓴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은 적이 별로 없어서 이 책을 읽기 전에 별 기대없이 읽기 시작했었답니다. 아직 아이가 어리기때문에 '청소년에게' 메세지를 던지는 듯한 제목도 별로 와닿지 않았고요. 게다가 제가 아는 저자는 안철수와 권인숙 정도여서 다른 모르는 이들에 대한 낯설음도 좀 있었어요. 하지만 모처럼 문학서 외의 청소년대상의 책을 만나 반가운 마음으로 책을 들었습니다.

이 책은 9명의 저자가 함께 썼습니다. 9개의 분야를 9명이 각각의 색깔로 꾸몄더군요.

철학으로 말걸기 - 김용규

인권으로 말걸기 - 박홍규

과학으로 말걸기 - 김동광

고전으로 말걸기 - 정민

가치관으로 말걸기 - 안철수

환경으로 말걸기 - 안철환

독서로 말걸기 - 이권우

여성으로 말걸기 - 권인숙

문화로 말걸기 - 김동식

각분야의 전문가라 그런지 평소 모호하거나 어렵게만 느껴졌던 주제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았더군요. 너무 학술적이지도 않으면서도 설득력있게 주제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져주며 좀 더 깊은 사고을 할 수있게 글이 전개되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철학에서는 그저 학문으로서 존재하는 과목이 아닌 우리 삶에서 의미와 가치를 생각하고 만나게 하는 역할자로서의 철학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물질적 풍요로도 행복해지지 못하는 이유를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상당히 설득력있게 느껴졌습니다.

인권도 요즘 너무 당연시 되는 개인의 재산권에 기초한 법률적 권리가 아닌 그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누려야 하는 기본 권리에 대해 설명해주는데 평소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에 대해 곰곰이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과학 부분에서도 너무 당연하게 인식되고있는 과학에 대한 허상을 깨우쳐주고 일반인으로서 과학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하는지 꼼꼼하게 짚어줘서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 많았습니다.

가치관에 대해 쓴 사람은 안철수씨였는데 본인의 삶의 경험 속에서 어떤 생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떻게 살았는지 세세하게 서술해 놓았더군요. 눈앞에 놓인 당연한 길이 아니라 좀 더 나은 가치라고 판단되는 길을 선택하는 모습이 참 존경스러웠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과 처지에서 '과거의 것은 모두 잊어버리고 현실에 중심을 두고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을 했습니다. 그렇게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해봤고요.

이외에도 고전이나 환경, 독서, 여성, 문화에 대한 글 모두 작가들의 깊은 고민과 삶을 담고있었습니다. 입시 대비를 위한 글이 아닌 먼저 인생을 산 선배로서의 깊은 성찰과 인생 후배들을 향한 애정을 담고있는 글 모음집을 만나 무척 행복했습니다. 많은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어요. 이유없이 이해하고 외워야 하는 교과서 안에서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이 책이 아마 방향등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