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틈만 나면 인호의 잘못을 선생님에게 일러바쳤다. 인호는 생각보다 겁이 많은 아이였다. 짝의 답을 훔쳐볼때도 가슴에 파란 글씨가 나타났다. 아무도 본 사람은 없을거야. 내가 선생님에게 그 사실을 말하면 인호는 순순히 자기 잘못을 인정햇다. 나는 그런 인호에게 심술이 솟구쳤다. 그래서 틈만 나면 인호의 잘못을 선생님에게 일러바쳤다. 선생님. 인호가 제 실내화를 숨겨 놓았어요.선생님. 인호가 쩍꿍인 원일이 샤프 훔쳤어요. 선생님. 인호가 바닥에 떨어진 돈 주워서 자기 주머니에 넣었어요. 선생님. 인호가 아프지도 않으면서 양호실에 갔어요. 아이들이 슬슬 나를 피하기 시작했다. 여자 아이들이 복도에서 하는 말이 들려왓다. 우리 반에서 제일 재수없는 아이 1호는. 그러자 서너 명의 여자아이들이 약속하더라도 한듯 합창했다. 강호철.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그래서 일부러 여자 아이들이 공기 놀이를 하는 사이를 비집고 지나쳤다. 은지 가슴에 파란 글씨가 떠올랐다. 천년 재수, 호철이 자식. 틈만 나면 일러바쳐. 은지 가슴뿐만 아니라 함게 둘러앉은 지영이와 지형이 가슴에도 파란 글씨가 나타났다. 인호도 나쁘지만 걸핏하면 선생님에게 인호 일을 일러바치는 호철이는 더 재수없어. 혹시나 해서 나와 커플 반지를 한 민서 가슴을 쳐다보았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그곳을 빠져나왔다. 커플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민서까지 나를 그렇게 생각할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