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시작된 여행/ 바보처럼 두 사람은 걷기만 햇다. 마른 땅인데도 왜 발이 질척거리는 흙에 빠지는 것처럼 무거운지 알수가 없었다. 나는 아빠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 고작 출발점인데. 당장이라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어색하고 어긋나고. 그래도 난 아빠와 걷고 있다. 아빠는 내 곁으로 와서 손으로 내 머리칼을 빗겨 주고는 내 이마에 뽀뽀를 하려고 입을 내밀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 바람에 아빠는 지나가는 바람에 뽀뽀하는 바보 꼴이 되었다.아빠와 나. 그리고 엄마와 아빠. 나에게는 아빠와 엄마가 함께 살았던 기억이 거의 없다. 아빠를 어렸을때 몇 번 봤던 기억이 내 어린 시절 추억의 전부다. 나는 시큰둥하게 대답하고 그 자리에 버렁 누웠다. 그러자. 아빠도 내 옆자리에 누웠다. 우리는 그렇게 나란히 누워서 하늘 위에 펼쳐진 별을 바라보았다.아빠를 뱃기기 싫어. 텐트로 돌아왔을때. 아빠는 어떤 여자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나에게 미소를 지어 보엿지만. 나는 무뚜뚝하게 텐트에서 내 비누와 수건을 들고 나왔다. 아빠는 그 여자에게 바보 같은 웃음을 지으며 포도주 병을 내밀었다.이렇게 여행은 시작되었고. 마른 땅인데도 발이 질척거리는 흙에 빠지는 것처럼 무겁다. 이제 고작 출발점인데. 당장이라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