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쯤,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게된 나는, 김영하 라는 작가에게 풍덩 빠져버렸다.

그래서 이 작가의 책들을 모조리 다 사버리고 말았다.ㅋ

그 중 첫번째로 읽어본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 책은 가난하고 어린 아이들의 삶부터 죽음까지를 이야기한다.

<살인자의 기억법>처럼 잘 읽히긴 하지만 중간중간 읽기 불편한 내용들도 더러 있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 <동규는 제이의 목소리가 들려>

 

버스터미널 화장실, 미성년자의 뱃속에서 핏덩이로 태어난 제이와 가정적인 문제로 함구증1에 걸렸던 동규,

이 들은 그림자 처럼 붙어다녔으며, 함구증에 걸린 동규를 대신해 제이는 말하고 행동했다.

두 아이의 성장과정은 느릿 느릿 3장까지 이어진다.

두 번이나 버려진 제이는 보육원에서 동물과의 교감을 하게되었고 그 이후엔 사물에게까지 그런 교감을 느꼈다.

그리고 보육원에서 나와 혼자 떠돌이생활을 하고, 가출청소년들과 어울려 지내게 되는데, 그들의 삶은 마치 야생과도 같았다.

동물처럼 서열을 만들고, 무의미한 성관계와 폭력적이고 더러운, 하루살이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내용들은 나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저 그냥 사춘기때 보통 아이들이 하는 개김, 반항, 그런 정도가 아니였다. 사실 좀 많이 충격적이였다.

여튼, 동규는 그런 제이를 자신의 그림자라고 생각했고, 자신이 제이의 그림자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음한 구석에서는 제이를 질투하고, 시기하는것 같기도했다.

그건 아마 목란이 등장했을 때 부터인데, 목란은 제이가 떠돌이 생활을 할 때 만난 여자아이다. 

그렇게 만난 셋은 폭주족으로 변신한다.

사물과 교감을 할 줄 알았던 제이는 바이크와 한몸이 된듯 달렸고, 그런 제이를 따르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폭주를 통해 세상에 자신들이 겪은 고통을, 화를 그리고 자신들을 존재를 묘사하고자 했다. 야생의 삶을 살아온 그들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들사이에서 제이는 우두머리이고, 리더였다.

4장 부터는 어른 아이, 할리탄 짭새 박승태 경위가 불쑥 나온다.

박경위는 어릴적 만난 누군가(어른)로 인해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시작했고 그 이후 사회에 적응하려 안간힘을 썼다.

그 결과 경찰이 되었는데, 그런 그는 십대 아이들에게 힘을 행사할 수 있는 말을 하는 어른인 자신을 사랑했다. 어쩔 때는 폭력과 권력으로 제압하기도 했다.

8.15 광복절 대폭주가 시작되었다.

제이의 지휘아래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바이크를탄 철부지 십대들,

폭주를 이해하지만, 자신들은 다르다는 어른 바이크동호회,(그들은 위험하다는 이유로 오토바이를 타지만 십대들이 타는 오토바이는 위험하다며 비난한다.)

그리고 폭주족을 통제하고 잡으려는 경찰들 이야기로 속도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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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은 내게 혼란을 가져왔다.

그냥 작가의 소설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읽었던 이 이야기가.

작가 본인의 시점에서 실제 인물에 대한 자료와 인터뷰에 대한 내용을 말한다.

이 내용도.. 그냥 소설일 뿐인가..사실인가...사실인가..소설인가...

승천한 제이처럼 끝매듭을 확실히 해주지 않은 <너의목소리가들려>

불친절했지만 , 그것 마저도 매력적이다.ㅋㅋ

<살인자의 기억법> 과는 또다른 매력. .

 

 

 

김영하가 5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소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검은 꽃』 『퀴즈쇼』를 잇는 ‘고아 트릴로지’의 마지막 작품이다. 스스로 우울 속으로 걸어들어가서 쓴 고아들의 이야기, 커튼을 내린 방안에서 녹음된 빗소리를 들으며 골방에서 써내려간 이야기이다. 그래서일까?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기저에는 슬픔의 덩어리가 몸을 낮추고 한껏 웅크리고 있는 듯하다. 그것은 독자가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갈 때마다 아주 조금씩 몸을 일으키면서 실체를 드러내고 어느 순간 독자를 슬픔으로 물들인다. 그리하여 독자는 이 슬픔과 한 덩어리가 되고 만다. 눈물 흘리는 장면 하나 없이 이루어내는 슬픔의 미학, 이것을 김영하식 슬픔이라고 부를 수밖에는 없겠다.

제이와 동규 이 두 명의 고아, 그리고 그들이 야생의 길에서 만나게 되는 고아들에 관한 이야기다. 동규가 제이의 흔적을 이어붙여서 한 편의 이야기로 만들어낼 때 우리는 그 안에서 제이의 분노와 동규의 비애, 그리고 고아들의 폭력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모두 버려진 자들의 슬픔에서 비롯된 삶의 방식임을 알게 된다.

등단 17년, 김영하는 17세 고아 소년의 삶과 죽음을 다루면서 자신의 소설 세계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세련된 형식적 완결성을 택하는 대신 제이와 스치고 제이에게 들린 인물들의 시점으로 구성된 이야기를 나란히 연결해놓음으로써 목소리들이 서로 울리도록 만들어놓았다. 마치 마주 세워놓은 거울처럼, 그들의 이야기는 내부에서 자꾸 증폭되면서 독자들을 혼란시킨다. 독자는 의문에 사로잡힌 채 끊임없이 묻게 될 것이다. 제이는 과연 무엇이었는가? 어찌하여 인물들의 고백은 제이를 더욱더 비밀스럽게 만드는가?

책은 세상에 손이 닿는 곳마다 아픈 까닭은 바로 자신이 아프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스스로 햇빛을 가리고 빗속으로 걸어들어간, 작가가 우리에게 속삭인다. 우리 존재가 바로 고아와 같다고.

 

 

<너의 목소리가 들려 중에서>

 

p72-73

"동물은 죄가 없다. 아니, 죄를 지을 수조차 없지. 죄를 짓고 고통을 느끼고 용서를 구하는, 그래서 구원에 이르는 게 바로 인간이다."

 "죄, 잘못, 인간, 동물. 이런 식으로 모든 것을 구분하는게 바로 인간이에요. 그러니까 잘난 척을 하는 거에요. 내가 인간이다. 내가 제일 위에 있다. 나는 죄를 안다. 동물은 모른다. 그러니까 우리는 동물을 죽여도 된다. 이런 식이에요."

"그래서 네가 잘했다는 거냐? 남에게 피해를 입혔잖니? 그건 도둑질과 똑같은 거야. 안그래?"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보다 더 나쁜게 있어요."

"그게 뭐냐?"

"고통을 외면하는 거에요. 고통의 울부짖음을 들어주지 않는 거에요. 세상의 모든 죄악은 거기서 시작돼요."

"고통은 피할 수 없는 거야"

"피할 수는 없지만 노력은 할 수 있죠. 인간이든 동물이든 자기 이익을 위해 불필요한 고통을 줘서는 안 돼요."

 

p111

구덩이에 빠진 영혼에게 밧줄을 내려준다 해도 그가 타고 올라올 의지가 없다면 헛일이었다. 타이어를 찢어도, 강한 적을 쓰러뜨려도, 자신이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것은 단지 내가 어리기 때문일까, 힘이 없고 세상을 몰라서일까. 한 번도 종교를 가져본 적 없던 제이도 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이 아니고서는 이런 일을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았다.

 

p134

"신은 원래 그런 존재야. 신은 비대칭의 사디스트야. 성욕은 무한히 주고 해결은 어렵도록 만들었지. 죽음을 주고 그걸 피해갈 방법은 주지 않았지. 왜 태어났는지는 알려주지 않은 채 그냥 살아가게 만들었고."

 

"뛰지 마. 네가 이 우주의 중심이야."

 

p139

"마음의 눈을 열고 주변을 깊이 살펴. 사람들이 하는 뻔한 말을 믿지 마. 그래야 너 자신을 구할 수 있어. 넌 소중하니까."

 

p147

"코끼리를 어리 때부터 줄에 묶어놓고 키우면 나중에 커서 힘이 생긴 뒤에도 줄만 묶어놓으면 꼼짝을 못 한다는 거야. 자기한테 그런 힘이 있는 줄 모른다는 거지."

p16

제이는 바다의 기이함을 단숨에 파악했다. 바다, 그것은 거대한 없음 이었다. 제이는 자신이 존재하지 않았던 과거와 존재하지 않게 될 미래를 떠올렸다. 그 순간 제이가 느낀 감정은 공포에 가까웠다. 시작도 끝도 없는 우주의 시간이 바다라는 형태를 빌려 나타난 것만 같았다.

 

p162.

: 그럼 우리가 느끼는 건 뭐야? 분노야. 씨발, 존나 꼭지가 돈다는거야. 그래, 우리는 열받아서 폭주를 하는 거야. 뭐에 대해서? 이 좆같은 세상 전체에 대해서. 폭주의 폭자가 뭐야?  폭력의 폭자야. 얌전하면 폭주가 아니라는 거지. 엄청난 소래를 내고, 입간판을 부수고, 교통을 마비시킬 때, ?야 세상이 우리를 보게 되는거야. 폭주는 우리가 화가 나 있다는 걸 알리는 거야. 어떻게? 졸라 폭력적으로. 말로 하면 안 되냐고? 안 돼. 왜? 우리는 말을 못 하니까. 말은 어른들 거니까. 하면 자기들이 이기는 거니까 자꾸 우리보고 대화를 하자고 하는 거야.

난 이해받고 싶은 게 아니야. 열받게 하려는 거지. 세상은 우리를 미워해. 왜냐하면 우리가 존나 부럽거든. 우리가 배달이나 다니고 검정고시 공부나 하며서 찌그러져 있어야 마음이 편한데, 신호도 차선도 무시하고 꼴리는 대로 달리잖아. 밤늦도록 집에도 안 들어가고, 꼰대들이 그렇게 침 흘리는 어린 여자애들 뒤에 태우고 다니고, 그런 죽이고 싶은 거지. 걔들이 우리를 이해 못 하는 것 같아? 아니야. 이해 잘해. 그래서 미워하는거야.

 

p173.

풍선이 있다고 하자. 풍선이 터지면 물이 갑자기 쏟아질 것이다. 그 안에 든 것이 만약 슬픔이라면 내 몸은 슬픔에 젖게 될 것이다. 그때에야 그게 무슨 색인지, 어떤 냄새를 풍긴ㄴ지 알게 될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 풍선을 내가 자의로 터뜨려버린다면 어떨까? 그때에도 슬픔은 그대로 슬픔일까?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죄책감이 슬픔을 덮어 버리게 되지 않을까? 이렇게 죄책감으로 슬픔을 '돌려막는'자야말로 진정한 강한 자가 아닐까?

 

p229.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야 마는 거야."

 

p273.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은 결국모두 현실이 된대요."

"몸속에 있어도 모른다면서요? 암 말이에요. 우리 같은 애들도 사람들은 전혀 못 봐요. 투명인간처럼 쓱, 지나가버리는 거죠. 좀 거북하고 불편하고 뭐그럴 뿐이겠죠. 정 심하면 도려내면 되고."

 

 

 

 

이 책을 덮고 착잡 해짐을 느꼈다. 마음 한켠이 욱씬거리고 아팠다.

어린 아이들이 무엇이 죄라고, 이토록 고통받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일까.

자신이 고통받는지도 모르고 고통받으며 살아가는 이런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조금이나마 관심을 주고,

사랑으로 대해 주었더라면 가출 청소년이, 그리고 폭주족들이 난무 햇을 리 없다.

소설이지만 어딘가에서 벌어지고있는 사실일 수도 있다. 815폭주족이 실제 있었던것처럼...

 

 

너의목소리가들려, 김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