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에서 말이 지닌 힘과 중요성에 대한 언급은 고사성어나 고전에서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이지만 정작 오늘날을 사는 현대인들 역시 말에 얽힌 심리를 아는 이들은 드물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 명의 심리학 전공자가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영화와 드라마를 인용하며 말의 심리를 설명한 '비극은 그의 혀끝에서 시작됐다'는 그래서 더욱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는 첫인상을 받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먼저 말로 인해서 생길 수 있는 오해와 상처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성공적인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구두언어 외에도 몸짓언어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구두언어로 소통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말은 뇌를 통해서 생기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려는 과정에서 의도와는 다르게 표현되고 전달될 수 있는 요소가 있다.

다음 장 진실 혹은 거짓에서 인상 깊게 읽어본 부분은 칭찬이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하기도 하지만 개인의 자발성을 제한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칭찬을 들으면 좋은 행동을 하는 횟수가 증가한다고 해서 부모들도 자녀에게 칭찬을 자주하기도 하는데, 아동 중심 놀이 치료에서 칭찬보다는 격려를 권고한다고 한다. 칭찬이 결과에 초점을 두는 반면에 격려는 과정에 초점을 두는데, 그래서 격려는 언어적, 비언어적 격려가 가능하다. 비록 작은 차이일지도 모르지만 무조건적인 칭찬이나 칭찬을 남용하는 게 자녀의 동기부여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사람의 심리가 얼마나 복잡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3장 분석과 공감에서 저자는 분석하는 남자와 공감하는 여자의 예를 들어서 설명하는데 위로가 필요한 여자에게 남자는 공감을 표현하기보다 오히려 상대방을 분석하여 서로간의 대화가 단절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공간 인식에 대한 남녀의 차이는 읽는 독자들을 웃음 짓게 만든다. 물론 모든 여자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니지만 흔히들 여자가 운전에 서투르다는 인식이 있는데 실제로 그 이유는 공간지각능력이 남자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반면에 여자는 육감이 발달되어 있고, 주위상황에 민감하다는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남녀 간의 차이를 올바로 인식하고 남성들은 운전을 좀 잘한다고 도로위에서 아내 혹은 주변의 여성을 무시하는 행동을 자제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남자와 여자의 심리 차이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다른 책을 통해서도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그럼에도 정작 각자의 삶에서 실천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요즈음 심리학에 관한 책이 넘쳐나는 시대적인 흐름에서 '비극은 그의 혀끝에서 시작됐다'는 자칫 많은 심리학 서적의 하나로 가치가 폄하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말에서 생길 수 있는 오해와 진실들을 드라마와 영화의 예를 들어서 알기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는 점에서 이 책을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 이 책에서 알기 쉽게 풀어가는 말의 심리를 통해서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 그리고 부부간의 관계에서도 남녀 간의 심리를 이해하며 서로 간에 대화하려고 노력하는 길이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사회 속에서도 올바른 소통을 이끌어내는 방법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